▲ 지난해 10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전예약 서류접수 모습. 4월에 공급되는 2차 보금자리주택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 ||
무주택자인 엄 아무개 씨(39)는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제도가 끝나는 2월 11일 전에 집을 사려고 부지런히 모델하우스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계약을 하지 못했다.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다지 실망하지 않고 있다. 양도세 한시 감면 혜택이 실수요 청약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서다. 9억 원 미만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3년 보유 2년 거주’ 요건을 갖추면 어차피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엄 씨는 “양도세 혜택이 없어지면 건설사가 더 좋은 계약조건에 내놓는 아파트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내 상황에 맞는 알짜 아파트를 고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53)는 목동 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투자 목적으로 인천에 아파트 한 채를 살 계획이지만 2월 11일 전까지 서두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다주택자가 올해 내에 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는 제도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좀 더 신중하게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아파트를 고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의 두 경우처럼 실수요자나 다주택자라면 양도세 일시 감면 혜택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건설사들은 양도세 감면 혜택이 사라진 이후 쌓여 있는 미분양 주택을 팔기 위한 묘책을 짜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기존에 수많은 판매요원을 동원, 무작위로 전화를 걸게 해 판매를 성사시켰을 경우 최대 1000만 원까지 인센티브를 주면서 미분양 주택 판매에 열을 올렸던 건설사로서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건설업체 입장에선 지금 상황에서 양도세 혜택 이상의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다. 그것은 분양가 인하일 수도 있고, 계약금 축소나 프리미엄 보장제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미분양 단지 가운데 용인시 상봉동 현대힐스테이트의 경우 최근 잔금의 40~60%를 입주 후 2년 동안 유예시켜주는 ‘연부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건설사가 계약자에게 분양가 인하, 프리미엄 보장, 잔금 유예 등의 혜택을 준다면 양도세 면제나 감면보다 사실상 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며 “실수요자에겐 업체들이 각종 혜택을 더 제시할 가능성이 큰 앞으로가 내 집 마련에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도 “11일 이전 한꺼번에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래가치가 큰 알짜 사업지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가점이 낮은 수요자라면 미분양 중 미래가치가 예상되는 수도권 물량을 노려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바뀌면 유망 주택에만 사람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게 마련이다. 실수요 차원에서 확실한 것만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져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앞으로는 확실한 투자가치를 가진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곳 간에 청약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이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소나기 분양이 쏟아졌던 수도권 외곽에서 도심 재개발 재건축단지 등 시내 중심부 및 광교신도시 등 유망 신도시로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망 물량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곳은 단연 2월 분양 예정인 위례신도시(송파신도시)와 4월에 공급되는 2차 보금자리주택이다. 이들 지역의 주택은 모두 청약저축 통장을 소유한 무주택 세대주에게 최고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들 지역 공급물량 가운데 서울지역 주택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에 따라 수도권 거주자의 당첨 기회가 늘어났다. 종전대로라면 분양 물량 전부가 서울시 거주자 몫이지만 지금은 50%만 우선 배정되므로 수도권 거주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위례신도시에서는 사전예약방식으로 모두 2400가구가 공급된다. 신도시 가운데 입지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음에도 분양가는 상당히 저렴할 전망이다. 현재 3.3㎡당 1100만~12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차 보금자리주택은 희소성이 높은 물량이 많아 큰 관심을 받을 듯하다. 3차부터는 보금자리주택 물량이 서울 강남권에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이번엔 강남 세곡2지구, 내곡지구 등 6곳에서 1만 4000여 가구가 공급된다. 분양가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지난해의 보금자리 시범지구와 비슷한 3.3㎡당 평균 1100만~1200만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팀장은 “당첨 커트라인은 청약저축 납입금액 기준으로 위례신도시는 1700만 원, 2차 보금자리주택은 1500만 원 선이 될 전망”이라면서 “입지 분양가 등을 고려하면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례신도시나 보금자리주택 당첨 가능성이 없는 청약예금 가입자들이라면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 물량을 노려볼 만하다. 애초에 양도세 일시 감면 혜택은 서울지역 물량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시세가 오를 만한 서울 아파트를 고르기에는 유망 물량이 나오는 앞으로가 적기다.
대우건설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옛 진흥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둔촌푸르지오(82~138㎡형, 전체 800가구 중 일반분양 109가구)나 롯데건설이 동작구 상도동에 약수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하는 상도약수롯데캐슬(87~154㎡형, 141가구 중 일반분양 43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이 성동구 왕십리1구역을 재개발해 5월 내놓는 물량(83∼179㎡형, 1702가구 중 일반분양 600가구)은 입지나 일반분양 물량 규모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팀장은 “서울 재개발 물량은 입지 여건이 뛰어난 게 최대 강점”이라면서 “분양가가 시세와 비교해 크게 비싸지 않다면 노려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재개발 재건축 단지의 새 아파트는 입주 후 곧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4월에 일반 분양에서 최고 19.6 대 1이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효창푸르지오는 현재 1억 5000만 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수도권 신도시 유망 물량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고 200 대 1이 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끈 광교신도시에 올해 6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미영 팀장은 “지난해 광교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들의 청약가점이 평균 50점대 후반이었다”며 “지역우선(수원) 자격이 아니라면 올해는 60점 이상에서 당첨을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