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보다 질! 유가네닭갈비 권순용 사장은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보다 망하지 않는 점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1990년 무렵부터 음식점에 셀프 서비스가 유행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이상하더란 말이죠. 종업원들이 할 일이 없어 놀고 있으면서도 물을 안 가져다주는 겁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죠.”
권순용 사장은 자신이 서비스에 주력하게 된 계기가 직접 경험한 일에서 비롯됐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서비스 차별화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권 사장은 군 제대 후 일찌감치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취사병 출신으로 요리에 자신이 있었던 것. 당시 포장마차의 단품 안주로 인기를 끌었던 ‘닭갈비’를 주 메뉴로 택해 1981년, 경기도 안양에 17㎡(5평) 규모의 닭갈비집을 열었다. 개업 첫날, 준비한 닭 20마리가 다 팔릴 정도로 장사가 잘됐단다.
자신감이 생기자 그는 이튿날에는 두 배가 넘는 닭 50마리를 준비했다. 그런데 웬걸, 손님의 발걸음이 뚝 떨어지더니 준비한 닭을 3일 동안 한 마리도 팔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준비해 둔 닭을 버릴 수는 없어 당구장, 커피숍 등 인근 상인들에게 구워서 나눠줬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타났다. 맛이 좋다며 다시 먹고 싶다는 사람들이 가게로 찾아오기 시작한 것.
“장사가 안 된 2~3일 동안 양념이 스며드는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맛이 더 나아진 겁니다.”
줄서는 음식점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점포는 50㎡(15평)으로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길 건너편에 330㎡(100평) 규모의 대형 닭갈비전문점이 등장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 맛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화려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시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는 점포를 정리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시내를 걷다가 급히 전화할 일이 있어 음식점 안의 공중전화를 사용하려는데 음식점 주인이 막아서더란다. 음식을 주문한 손님이 아니면 전화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그 때 번뜩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음식점을 이용하다보면 만족은커녕 오히려 화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음식점에서만큼은 ‘안 된다’는 말이 없는 곳으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1995년, 8000만 원을 가지고 부산대학교 앞에 76㎡(23평) 규모의 닭갈비전문점을 열었다. 당시 성씨를 딴 상호가 유행이어서 어머니의 성을 따 ‘유가네’로 이름을 지었다. 닭고기와 밥을 볶아주는 닭야채볶음밥을 2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종업원들이 물을 직접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테이블에서 밥을 직접 볶아주는 서비스로 만족도를 높였다.
▲ 무한리필이 가능한 샐러드바. | ||
가맹점 문의도 이어졌다.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은 샐러리맨들이 점포를 내고 싶다며 찾아오기 시작한 것. 그러나 그는 창업 희망자 모두에게 가맹점을 내주지는 않았다. “창업 강좌에서 한 강사가 그러더군요. 사업에 가속이 붙었을 때 1년 안에 200개 가맹점을 개설한 다음, 이후에 100개 넘게 살아남았다면 성공한 프랜차이즈라고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가맹점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망하지 않는 점포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창업자들은 대부분 퇴직금이며 대출금 등 가지고 있는 돈 모두를 모아 창업에 나선 사람들인데 망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어요.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보다 문을 닫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지요.”
그는 가맹점 개설보다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 2002년 경남 양산에 7억 원을 들여 1815㎡(550평) 규모의 대지를 매입해 식품공장을 설립했다. 조리개발부를 만들고 전문연구원을 고용,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맛 개발에도 나섰다. 이후 닭고기와 양념 등 식자재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가맹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1년 뒤인 2003년에는 서울 노량진에 215㎡(65평) 규모의 점포를 개설했고, 이후 수도권에 가맹점 개설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경기도 화성에 120평 규모의 물류센터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물류매출만 160억 원을 기록했다. 권 사장은 “지난 15년간 가맹점이 70여 개로 늘어났지만 대부분 단골이나 기존 가맹점주의 소개를 통한 개설”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국내 사업이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대만에 한 층이 149㎡(45평) 규모인 3층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유가네닭갈비를 개점했는데 월 평균 매출 6000만~7000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단다. 고무적인 것은 한국인들보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더욱 높다고. 대만점의 여세를 몰아 태국에도 가맹점 개설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권 사장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외환위기 퇴직자들의 경우 주택 외에 수억 원씩 손에 쥐고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무너지면 재기할 발판이 없어요. 신중한 선택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창업시장에 나서야 합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