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부터 바이오미스트 최영신 사장, 아시안푸드 조미옥 사장, 티바두마리치킨 유상부 사장 | ||
조그마한 독립점포에서 시작한 만큼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CEO들은 “어려운 환경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중에서도 부모 또는 자신의 사업 실패로 생계를 위해 창업 시장에 뛰어든 경우도 많았는데 이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형’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재 첫 테이프를 끊었던 아시안푸드 조미옥 사장이다.
그녀는 부모가 운영하던 중식당이 하루아침에 폐점위기를 맞게 되면서 잘나가던 중국어 강사 자리를 박차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6년 만에 음식점을 되찾은 것은 물론 입주 건물까지 매입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 조 사장은 버스비가 아까워 웬만한 거리는 무조건 걸었고 그렇게 바닥이 닳아서 버린 운동화가 수십 켤레였다. 그는 인터뷰 도중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치어스 정한, 사바사바치킨 정태환, 버들골이야기 문준용, 티바두마리치킨 유상부 사장은 모두 사업 실패로 인해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었다. 정한 사장은 노숙자 생활을, 정태환 사장은 사채업자에게 쫓겨 산 속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다졌고 그렇게 시작한 소규모 치킨집이 성공을 거두면서 각각 생맥주전문점과 치킨호프전문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태원 골목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한 문준용 사장은 수족관의 멍게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외식업에 문외한이었다. 1만~2만 원의 매출이 이어지던 날, 그에게 “오늘은 얼마나 벌었느냐”는 아내의 질문은 고통스러웠지만 좋은 채찍질이 됐단다. 떳떳한 재기를 위해 아무 연고 없는 부산으로 내려가 치킨사업을 시작한 유상부 사장은 자금난을 겪자 화장품 외판으로 부족한 돈을 마련했다. 그 결과 6년 만에 290여 개의 가맹점으로 서울에 입성했다. 모두 ‘눈물 젖은 빵’을 먹고 마음을 다잡은 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행촌소바 주웅택, 착한고기 김재욱, 호아빈 박규성, 부모마음 박영순 사장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치밀한 준비를 통해 단단한 돌탑을 쌓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형’이다. 대기업에서 유통 관련 업무를 맡았던 주웅택 사장은 창업 전 일본 우리나라 할 것 없이 메밀국수로 유명한 점포들을 수차례 방문, 수많은 시도 끝에 우리 입맛에 맞는 육수를 개발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재욱 사장은 경기도 군포의 산 속에 정육점을 개업, 점포 임대료를 낮추고 직접 손질한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줄서는 음식점을 만들었다. 박규성 사장은 정향 팔각 계피 등 11가지 한약재를 적정 비율로 혼합, 강한 향신료의 향을 잡아 몸에 좋으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웰빙 쌀국수를 탄생시켰다. 박영순 사장은 아기 돌보기는 물론 동화구연, 독서지도교육, 각종 놀이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여성인력개발센터에 등록하는 방법으로 교육과 채용을 동시에 해결,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고래를 삼킨 간 큰 새우형’도 있다. 아로마포미 김삼수 사장과 장충동왕족발 신신자 사장은 가맹점으로 시작했다가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거꾸로 본사를 인수했다.
지방의 인기를 몰아 수도권으로 진출한 ‘역류(逆流)형’으로는 가르텐비어 한윤교, 유가네닭갈비 권순용, 신떡 이민화, 티바두마리치킨 유상부 사장이 있다. 한윤교 사장은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주류공급업체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사업 초기에 서러움이 컸다. 그러나 가맹점이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면서 통쾌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창업 시장에서 브랜드가 알려지고 나면 대개 본사를 서울로 옮기기 마련이지만 권순용, 이민화 사장은 처음의 각오를 다지며 사업을 시작한 고향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뚝심형’이기도 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한 성공으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숨겨진 아픔도 있기 마련이다.
향기관리업 바이오미스트 최영신 사장은 가맹점주에게 총판권을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다. 아시안푸드 조미옥 사장은 과거 최측근이 거액의 돈을 횡령하고 주방기계까지 팔아넘기고, 이후 유사 브랜드까지 개설하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했다.
장충동왕족발은 수시로 등장하는 유사브랜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사바사바치킨 역시 사업 초기 한 가맹점주가 다른 가맹점 여러 곳을 데리고 나가버린 쓰라린 경험이 있다. 버들골이야기 문준용 사장은 자신이 직접 노하우를 전해주는 전수창업 형태로 분점을 개설했는데, 성공을 거둔 점주의 태도가 백팔십도 달라져 큰 상처를 받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을 전환했다.
‘기적’을 일군 프랜차이즈 CEO들은 “유사브랜드가 사업을 제대로 해나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 흉내 내는 것에 그쳐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창업자와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져 결국 전체 프랜차이즈의 이미지를 흐려놓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법 전수했을 뿐이고…
다양한 인터뷰 중 파란만장 사업 성공기로 기억에 남는 주인공이 사바사바치킨 정태환 사장이다.
정 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전인 2000년 무렵 중소형 마트 앞에서 ‘5000원 치킨’으로 하루 평균 1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자 똑같은 형태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점포 하나당 200만~500만 원의 비용을 받고 마트 앞 치킨점 전수창업에 나섰는데 100여 곳의 점포를 개설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단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서 사기꾼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마트 사업자가 개업 일주일 만에 권리금과 임대보증금을 들고 사라져버린 것. 5억~10억 원의 거액을 가로채 사라지는 이른바 마트 전문 사기단이었다. 지방에서 비슷한 사건이 이어지자 창업자들이 그에게 보내는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심지어 ‘한통속이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사건 때문에 그는 결국 마트 앞 치킨점 개설사업을 접고 치킨호프전문점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단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