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이 검찰에 출석하기 바로 전날인 지난 6월 24일 아들 선호 씨가 (주)CJ에 입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에 당시 CJ 측은 선호 씨의 나이와 군복무 문제 등을 거론하며 단순한 직무 체험 정도임을 강조한 바 있다. 선호 씨는 지난 6월 지주사 정식 입사를 앞두고 5월 병역을 면제 받았다. 면제 사유는 아버지인 이 회장과 같은 유전병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지난 1일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아온 데 이어 18일에는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가 결정되면서 선호 씨의 (주)CJ 입사가 남다른 의미를 띨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선호 씨의 누나이자 이 회장의 장녀인 경후 씨(28)도 선호 씨에 앞서 지난해 초 CJ에듀케이션즈에 대리로 입사해 현재 이 회사 과장으로 근무 중이라 이들 4세가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 진외종조부(아버지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틈바구니 속에서 향후 어떤 권력 구도를 형성해 나갈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구속과 선호 씨의 입사 시기와의 상관성에 대해선 선을 긋는가 하면, 선호 씨가 당장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 중책을 맡기보다는 경영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에 따른 장기 부재가 예상되는 상황이 이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 승계가 유력한 선호 씨의 입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은 충분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앞서 언급했듯 선호 씨의 입사일은 지난 6월 24일이다. 선호 씨 입사 이틀 전인 6월 22일 검찰은 이 회장에 소환을 통보했고, 이 회장은 선호 씨 입사 다음 날인 25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어 지난 1일 법원은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선호 씨의 입사가 급박하게 결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선호 씨의 누나 경후 씨가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지 4년 만에야 CJ에 들어온 것과도 비교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CJ그룹이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도 선호 씨의 체계적 경영 수업을 위한 배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 구속 직후인 지난 2일 손경식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필두로 이미경 CJ E&M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주)CJ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으로 구성된 ‘5인 경영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그룹의 미래전략실도 신설했다. 선호 씨는 진외종조부인 손 회장에게서 경영 전반에 대한 멘토링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CJ가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당시에도 이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경영위원회 멤버 중 손 회장이나 이 부회장보다는 전문경영인들이 선호 씨의 실질적인 경영 수업을 맡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구속 중이지만 손 회장이나 이 부회장 쪽으로 자칫 권력이 기우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선호 씨의 입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은 또한 자신의 외삼촌이나 누나보다는 권력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힘든 전문경영인들을 통해 선호 씨에게 직접 경영수업을 하게 함으로써 향후 경영 승계를 원활히 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전략실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선호 씨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 구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에 미래전략실이 신설되면서 각 계열사별로 실무진 2명씩 차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결국 선호 씨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될 경우 회사의 중역으로 성장해 선호 씨를 직접적으로 서포트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아버지 없이 경영수업 ‘닮은꼴’
이선호 씨
이후 이 전 회장은 세속을 등진 채 가족들과도 떨어져 일생을 보냈다. 하지만 이 창업주는 자신의 장남과는 달리 자신과 여러모로 닮은 장손 이재현 회장은 끔찍이 아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주는 1987년 타계 시까지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며느리인 손복남 CJ그룹 고문, 장손인 이재현 회장과 함께 살면서 이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보여줬다. 1983년 이 회장이 “누구 덕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다”며 씨티은행에 입사했지만 이 창업주는 “재현이에게 왜 남의집살이를 시키느냐”는 불호령을 내려 결국 1985년 삼성의 주력 계열사였던 제일제당 경리부로 들이면서 이 회장의 경영수업은 시작됐다.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를 지낸 이 회장은 같은 해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면서 외삼촌 손경식 회장의 든든한 후원 아래 현재의 CJ그룹을 일궈냈다. 아버지의 어떠한 도움도 없이 할아버지와 외가의 지원 아래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라선 셈이다. 그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선호 씨도 아버지의 구속으로 인한 부재 속에서 진외종조부, 고모 등 일가의 도움을 받아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