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한 치어스 사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사장 | ||
냉면으로 한때 유명세를 탔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업소는 인터넷에서 ‘옛날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으로 다시 찾았는데 미지근한 면이 나와서 실망했다’ ‘육수 맛이 변했다’ ‘서비스가 꽝이더라’ 등 네티즌들의 불만이 이어지더니 ‘결국 문을 닫았다’는 최악의 소문까지 번지면서 한동안 영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해물찜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강동구 음식점 역시 인터넷 지역 카페에서 ‘맛 가격 서비스’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아 주부들 사이에서는 기피해야 할 음식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음식점은 종업원 서비스가 불친절한 곳으로 악명을 떨치며 일부 고객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나쁜 입소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삐딱한 시선을 다양한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곳도 있다. 레스토랑과 술집이 결합된 레스펍(Res Pub) 프랜차이즈 ‘치어스’를 운영하고 있는 정한 사장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정 사장은 초보 창업자 시절 26㎡(8평) 규모의 치킨집을 성공시키고 생맥주전문점을 시작했다. 215㎡(65평)의 대형 매장인 데다 이면도로에 위치해 입지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에는 이미 10여 개의 경쟁점포가 운영 중이어서 모두가 “곧 망할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손님의 발걸음이 뜸했지만 이전 사업에서 이미 입소문의 영향력을 경험한 그는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목표 고객을 주부층으로 설정한 후 입소문을 내줄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봤죠. 목욕관리사 마사지사 미용사 등이 머리에 떠오르더군요. 이들을 가게로 초청해 맥주와 다양한 요리를 시식하도록 했죠.”
이후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주부에서 가족 단위까지 고객이 확대되면서 생맥주전문점은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단골의 입을 통해서, 또 기존 점주의 ‘운영해보니 괜찮더라’는 입소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단다.
이태원 뒷골목의 23㎡(7평) 실내포장마차를 프랜차이즈 ‘버들골이야기’로 키워낸 문준용 사장 역시 끊임없는 노력 끝에 ‘엉망으로 장사하는 집’을 ‘작지만 제대로 된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장사 초보였던 그는 손님의 조언과 쓴소리를 가슴 깊이 새겼고 이를 메뉴와 서비스에 세심하게 반영, 맛있는 집으로 인정받았고 입소문을 통해 손님은 더욱 늘어났다. 문 사장은 “입소문을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조쌈밥집’으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사장은 “(사람들은) 자기가 맛없게 먹으면 곧바로 주위 사람에게 ‘저 집은 맛없다. 가지 마’라고 알려준다”며 “나쁜 소문의 확산 속도가 좋은 소문보다 훨씬 빠르므로 나쁜 소문이 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입소문은 특히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 전파력이 훨씬 더 강해지고 있다. 대박집을 만들기도 하고 쪽박집을 만들기도 하는 보이지 않는 입소문의 힘에 외식업 운영자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 속 네티즌들의 입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웃고 우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을 정도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순수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성이 다분한 컴플레인(불평)으로 악질적인 음해성 글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다. 자신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는 이들에게 당하고만 있으려니 분통이 터진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궁금한 내용을 인터넷상에 질문하면 다른 네티즌들이 각자의 경험담이나 해결책을 올리는 이른바 ‘지식검색’에 입소문 광고를 노리고 거짓 경험담을 올려 6600만여 원을 챙긴 9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식검색을 통한 광고가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데다 정식 인터넷광고보다 상대적으로 네티즌들이 더 신뢰하고, 많이 이용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을 활용한 인터넷 의류판매자의 경우 지식검색 광고를 시작해 한 달 만에 매출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늘기도 했단다.
이렇듯 입소문에 크게 의지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비해 음식점 운영자들의 반응은 아직 둔감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음식점 경영주를 대상으로 한 외식 전문 잡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좋든 나쁘든 입소문이 날 경우 대처 방법으로 ‘집중관리에 들어간다’는 대답이 50%,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대답이 30%,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대답이 18%를 차지, 입소문 관리에 대해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경영자가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입소문이 지닌 객관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객관적’이라는 대답이 75%로 나타나 음식점 경영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힘을 알 수 있다.
입소문에 의해 내 점포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효과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창업전문가들은 외식분야의 선도자를 자처하는 식도락동호회와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손님 가장 모니터) 등 전문성을 띤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불특정 다수의 입소문보다 외식업체의 충성도가 높은 고객, 그중에서도 주부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줌마는 가정경제의 주체로 가계 소비의 80%에 달하는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인구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포털사이트에서 주요단어만 입력하면 바로 자신의 홈페이지로 접속되는 키워드 설정을 하면 효과적이다. 설정할 키워드는 음식점 소재지, 업종 및 대표 메뉴, 소비자의 구매의사 등을 잘 감안해 결정하도록 한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홈페이지 제작이 부담스럽다면 비용이 들지 않는 블로그를 직접 만들거나 가게를 이용했던 소비자로 하여금 블로그에 사진이나 콘텐츠를 올리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