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이 회장 복귀를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사장단협의회하의 업무지원실과 커뮤니케이션팀, 법무실을 업무지원실, 브랜드관리실, 윤리경영실로 확대할지 검토 중”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아직 검토 단계일 뿐 조직개편 여부는 확정된 게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확대 개편이 예상되는 이 기구들이 이건희 회장 직속으로 편성돼 과거 전략기획실이 담당했던 업무를 나눠 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이 돌아오고 컨트롤타워 부활이 예상되는 만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전 전략기획실장 겸 부회장) 같은 측근세력이 복귀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컨트롤타워 구성은 물론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원활한 승계 작업까지 이 회장이 믿고 맡길 인물이 누구일지에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이학수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을 이끌면서 이재용 부사장도 넘보기 힘든 권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던, 명실상부한 그룹 내 2인자였다. 지난 2008년 4·22 삼성쇄신안 발표로 이 회장과 동반 퇴진했으나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이 회장을 수행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새 컨트롤타워를 이끄는 데 이 고문만 한 사람도 없겠지만 과연 이 고문이 실장이나 본부장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 앉게 될지는 의문이다. 항간에 나도는 이 고문 복귀설에 대해 삼성 측은 “아직 사면된 것도 아닌데 너무 이른 관측 아니냐”는 답변을 내놓는다. 삼성 재판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인사들 중 사면복권된 이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학수 고문이나 김인주 전 사장 같은 전략기획실 주역들이 이 회장과 동반 복귀하기엔 이 회장이 떠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에도 귀가 기울여진다.
항간에선 이종왕 전 삼성 법무실장 역할론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 전 실장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을 거쳐 지난 2004년 삼성에 영입됐다. 그룹 법무실장을 맡았던 이 전 실장은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삼성 비자금 폭로에 대한 책임을 지고 11월 자진사퇴했다. 당시 전략기획실장이었던 이학수 고문이 사임을 만류했을 정도로 사내에서는 물론 이 회장의 이 전 실장에 대한 신뢰가 컸다고 한다. 전면에 나서기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 고문을 대신해 이 전 실장이 공식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 삼성 관계자는 “내부에서 논의된 바 없다”면서 “한 번 나간 분이 쉽게 돌아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지난 2007년 사직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까지 취소했던 이 전 법무실장이 다시 조직에 돌아올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그동안 최고결정기구 역할을 해온 사장단협의회 체계의 변화 여부도 주목을 받는다. 특히 지난 2008년 이 회장 퇴진 이후 그룹의 얼굴 역할을 맡아온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대외활동에만 주력해온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정기인사 때가 아니면 특별히 인사를 단행하지 않는다”며 “이수빈 회장은 삼성생명 회장으로서, 이윤우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