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형 커피숍 윌더스윗.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메뉴가 동네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한다. | ||
서울 종로구 오피스 상권에서 26㎡(8평) 규모의 테이크아웃 커피숍을 운영하던 한 아무개 씨(여). 그는 창업 1년 만에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개업 초기에는 하루 평균 80만~1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그런데 주변에 비슷한 커피숍이 대여섯 곳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씨는 “손님 수는 빤한데 경쟁 점포가 늘어나니 나눠먹기밖에 되지 않더라. 나중에는 권리금도 제대로 못 챙기겠다 싶어 일찌감치 털고 나왔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임대료와 관리비, 치열한 경쟁 등으로 대형 상권 커피전문점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택가 커피전문점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대형 상권에 비해 점포비용이 저렴하고 고객층도 다양해 잘만 하면 실속 창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스타벅스가 경기도 고양시 화정에 첫 주거지역 점포를 개설하고 주택가와 지방 상권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주택가 커피숍 창업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유명 브랜드의 경우 주택가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점포 개설에 230㎡(70평) 이상의 중대형 규모와 목 좋은 자리를 고집하면서 소자본 창업자들의 접근은 사실상 어려웠다.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99㎡(30평) 이하 중소형 규모로 창업이 가능한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고, 일반인도 바리스타(커피 전문가) 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주택가에 소규모 커피숍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
서울 송파구 풍납동 영파여고사거리 인근에서 독립형 커피숍 ‘윌더스윗’(Will,thesweet)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영 씨(37)는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커피와 쿠키, 컵케이크 등을 판매하는 디저트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임상심리사 출신으로 청소년 상담을 맡아왔던 그는 특기인 경청하는 자세를 십분 발휘,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B급 입지’에 테이블 3개가 전부인 28㎡(8.5평)의 소형 점포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순수익 250만~300만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단다.
김 씨는 커피만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 제과제빵사 자격을 취득한 후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와 수제 케이크 등을 직접 만들어 소량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동네에 뜬금없이 나타난 커피숍에 사람들은 “이런 곳에 무슨 커피숍이냐” “용기가 가상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단다. 호기심에 찾은 손님들은 그러나 음식을 맛본 뒤 신선한 재료에 만족감을 나타냈고 대부분 단골이 됐단다. 쿠키와 케이크는 다른 커피숍에도 공급하고 있다.
김 씨가 주택가 커피숍 창업에 들인 비용은 20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 권리금이 없는 저렴한 점포를 선택하고 인테리어, 집기 등은 직접 손품과 발품을 팔았다. 종업원 없이 직접 운영을 통해 비용까지 낮췄다.
“화랑대역 인근은 외부 유입 인구가 없는 곳입니다. 다시 말해 지역 주민이 아니면 잘 모르는 상권이죠. 안을 들여다보면 아파트와 주택, 초중고 및 대학교까지 있어요. 수요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동네 상권을 택했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오전에는 학부형들의 회의 장소로, 오후에는 학생과 연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 점포는 불과 3개월 만에 자리를 잡았고, 현재 50㎡(15평) 30개 좌석에서 월평균 15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단다. 순수익은 500만~600만 원 정도. 권 씨는 점포비용을 제외하고 1억 2000만 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1년 6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 같다고 귀띔했다.
카페띠아모 신세종 팀장은 “최근 개설되는 가맹점 10곳 중 5곳이 주택가 점포일 정도로 주택가 커피숍 창업 열풍이 거세다. 역세권에 비해 점포 비용이 저렴해 ‘알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창업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네 커피숍이라고 해서 모두가 알짜 수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창업 전문가들은 점포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만 가지고 동네 상권에 뛰어들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객이 한정되어 있어 매출 상승에 한계가 있고, 단골 유치에 실패하거나 인근에 경쟁 점포가 등장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상가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은경 씨(여·40)는 최근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16㎡(5평) 규모의 점포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만 판매하다보니 매출에 한계가 있었고 고민 끝에 샌드위치와 토스트 등을 들여놨지만 앉아서 먹는 공간이 없어 판매가 신통치 않은 것. 박 씨는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네 커피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동네 커피숍은 대형 브랜드에 비해 30~40% 정도 낮은 가격(한 잔당 1500~2500원)을 내세워 알뜰 소비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적당한 품질을 유지해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정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점포비용 외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 따라서 운영자가 매장에 상주하며 필요한 경우 파트타이머를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테이크아웃 점포보다 작더라도 앉아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커피 외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플러스알파 메뉴’도 들여놓도록 한다. 이때 단순히 메뉴를 추가하거나 변경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는 메뉴 선택이 요구된다. 지역 주민의 꾸준한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