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양 포스코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 ||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포스코와 롯데그룹, 그리고 지한글로벌컨소시엄 세 곳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세 곳에 대해 실사와 본입찰 자격을 부여한 상태다. 3개사는 4월 중순까지 예비실사를 벌인 후 4월 말이나 5월로 예상되는 본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재계와 금융권에선 이번 인수전이 포스코-롯데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약체로 평가받는 지한글로벌은 특수목적회사인 ㈜지한이 미국계 펀드 등을 재무적 투자자(FI)로 확보해서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가 주도해 눈길을 끌지만 포스코와 롯데의 막강한 자금력이나 시너지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올 초까지만 해도 대우인터내셔널의 새 주인은 포스코가 될 것이란 관측이 대세였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 영업망과 자원 개발 인프라에 눈독을 들여 공공연하게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 여기에다 ‘옛 대우 매물 중 적어도 한 곳은 포스코가 인수해야 한다’는 정·재계의 공감대 아래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싱겁게 끝날 거라 예상됐다.
그런데 지난 2월 24일 롯데가 전격적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이후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인수의향서 제출 때만 해도 롯데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 참여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선 제2롯데월드 건립 허가 등으로 현 정부와 밀월설이 나돌았던 롯데가 밋밋하게 끝날 뻔했던 이번 인수전 흥행을 위해 ‘들러리’로 참여했다는 풍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이번 인수전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어 향후 정부 소유 대형 매물들의 매각 과정에까지 흥행 도미노 효과를 노린다는 관측에서다.
포스코와 달리 롯데는 인수의향서 제출 이전까지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한 적이 없다. 롯데가 소비재 쪽에 치중해 왔다는 점 또한 인수전 레이스 완주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한참 전부터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검토해왔다”면서 “(롯데 계열의)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하면 매출 10조 원 규모가 된다. 기존 제조업과 대우인터내셔널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해 소주 ‘처음처럼’의 두산주류BG를 사들였고 올해 들어서는 편의점 바이더웨이와 GS백화점·GS마트를 인수하는 등 최근 2년간 M&A에만 약 4조 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대형매물이 나올 때마다 롯데를 인수후보 영순위에 올려놓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아무리 돈 많은 롯데라 하더라도 연이은 대형 M&A 성사 후 포스코와의 가격경쟁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시각도 공존한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롯데그룹 경영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은 최근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대한 의지를 공개석상에서 드러냈다. 지난 3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시 시너지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항간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에 롯데가 눈독을 들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롯데가 지난 2008년 2월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통해 보험시장에 뛰어든 이후로 금융업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거론돼 왔다. 그러나 롯데 측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시 교보생명 지분은 어떻게든 따로 처분할 것”이라며 교보생명 지분에 전혀 관심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 뛰어든 롯데의 의지에 대한 재계와 금융권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포스코 측은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롯데가 진정성을 갖고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할 때 시너지가 어떤 것이 있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니 제대로 평가받기만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의 유력 인수후보로 점쳐졌으나 얘기치 못한 GS와의 컨소시엄 결렬로 실패를 맛봐야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서 아직까진 롯데에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혹시라도 결과가 잘못될 경우 ‘대형 매물 두 건을 성사 직전에 놓쳤다’는 업계의 비아냥거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4월 자산규모 기준으로 포스코(49조 1000억 원)와 롯데그룹(48조 9000억 원)은 각각 재계 서열 5위와 6위에 올랐다(공기업 제외). 만약 롯데가 자산규모 3조 8800억 원의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할 경우 포스코와 롯데의 순위가 뒤바뀌게 된다는 점 역시 정준양 회장이 이번 인수전을 초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2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의 막판 최대 변수로 엉뚱하게 ‘외압’이 꼽히곤 한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초 정준양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정치 외압’ 논란이 정치권에서 불거지면서 현 포스코 수뇌부의 ‘뒷배’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이 크게 주목받았다. 롯데는 안보 문제 등으로 허가가 나지 않던 제2롯데월드 건립 승인을 현 정부 들어 결국 받아내면서 정부와의 밀월설을 낳기도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본입찰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누가 누구를 밀고 있다”는 식의 정경유착 풍문이 나돌면서 호사가들의 귀를 붙잡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롯데 모두 “외압은 말도 안 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포스코와 롯데에 정치 외압설과 관련한 꼬리표가 줄곧 따라붙어온 만큼 본입찰 직전까지 재계와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대우인터내셔널 새 주인 찾기를 둘러싼 말들이 많아질 듯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