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본무 회장. 연합뉴스 | ||
4대 그룹에서 가장 많은 임원을 배출한 학교는 단연 서울대다. 조사 대상으로 삼은 3035명 임원 중 약 10%에 해당하는 302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보더라도 한양대 출신이 가장 많은 현대·기아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그룹에서도 서울대 출신이 임원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에 이어 임원 221명이 나온 고려대가 2위에 올랐다. 4대 그룹 전체 임원의 7.3%를 차지하고 있는 고려대 출신은 각 그룹에서 임원 배출 빈도 2~3위를 고르게 유지하고 있다. 그 다음은 연세대 출신으로 179명을 기록했다. 4대 그룹 임원 중 5.9%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일컫는 소위 ‘SKY’(스카이) 출신 임원은 총 702명으로 4대그룹 전체 임원 중 23.1%를 차지하고 있다.
‘스카이’의 뒤를 잇는 학교는 한양대다. 총 172명으로 전체 중 5.7%에 해당한다. 154명(5.1%)을 배출한 한국과학기술원과 151명(5.0%)의 성균관대, 139명(4.6%)의 부산대, 130명(4.3%)의 경북대, 92명(3.0%)의 인하대, 81명(2.7%)의 영남대가 그 뒤를 이으며 10위 안에 포진했다. 위 10개교를 포함해 점유율 1.0%에 해당하는 30명 이상의 임원을 배출한 학교는 서강대(72명, 2.4%) 경희대(54명, 1.8%) 한국외국어대(54명) 중앙대(50명, 1.6%) 등 20곳이었다(표 참조).
4대 그룹 임원 중 해외에서 공부를 마친 ‘유학파’는 총 623명으로 전체 임원의 20.5%에 이른다. 그중 핀란드에 있는 헬싱키대(University of Helsinki) 출신이 39명으로 제일 많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LG그룹 소속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2위는 30명의 임원을 배출한 미국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계열이었다. 각각 24명과 23명의 임원이 다닌 미국의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와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가 그 뒤를 이었다.
4대 그룹 임원 중에 고졸 출신은 17명(0.56%)이었는데 그중 5명이 마산상고를 나왔다. 고졸 출신 중 29.4%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일요신문>은 최종학력과 함께 4대 그룹 임원들의 평균연령도 조사했는데 전체 평균은 50.8세였다. SK그룹 임원들의 평균연령이 55.6세로 가장 많았다. 1960년생으로 만 50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보다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많은 셈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52.4세, 삼성그룹이 50.9세였으며 LG그룹이 49.5세로 가장 젊은 임원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그룹별 최종학력 분석이다.
삼성 -서울대 과기원 고대 순… 96년 인수한 성균관대 출신 임원 늘어…유학파는 18%
삼성그룹 최종학력 분석대상 임원은 4대 그룹 중 최다인 15개 상장 계열사의 1558명. 가장 많은 임원을 배출한 곳은 서울대였다. 총 149명. 비율로 따지면 9.6%에 해당한다. 지난 연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이다(최종학력은 ‘하버드대 박사수료’로 분류). 학벌로만 따지면 이재용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동문 우군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는데 지난 2000년 서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삼성과 서울대와의 인연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사업보고서 학력 란에 ‘서울대 박사’로 적었다.
다음으로 많은 출신교는 한국과학기술원과 고려대였다. 두 학교 출신은 각각 100명으로 6.4%에 해당한다. 삼성그룹 내에서 한국과학기술원 출신 임원들은 삼성전자에만 74명으로 삼성전자 내 최대 학벌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고려대 다음으로 많은 임원을 낸 곳은 97명(6.2%)의 성균관대다. 지난 1996년 말 삼성이 성균관대 재단을 인수한 이후로 해마다 삼성 입사 지원자 비중이 늘어났다고 한다. 성균관대 출신 대표적 인사로 지난 연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올라서며 경영의 한 축을 맡은 윤주화 사장을 들 수 있다. 성균관대 다음으로는 한양대(87명, 5.7%), 연세대(84명, 5.4%), 경북대(83명, 5.3%) 순이었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모교 한양대 출신 최다…황태자 정의선 모교고대 출신 간의 구도 관심
현대·기아차그룹 임원진 최대 학벌은 정몽구 회장의 모교인 한양대다. 전체 임원 558명 중 47명(8.4%)에 이른다. 정 회장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나왔는데 현대차에 오래 몸담으며 이른바 ‘MK 1세대’로 불린 인사들 중에 정 회장 모교 후배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 공시에는 한양대로 기재했지만 겸직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 공시에는 한양대 외에 ‘미 코네티컷대 박사’나 ‘고려대 명예박사’를 병기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 순위는 서울대다. 총 39명으로, 비율로 따지면 7.0%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 고려대 출신이 36명으로 6.5%를 차지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최종학력은 ‘샌프란시스코대 석사’ 분류).
최근 정 부회장이 현대·기아차 등기임원에 오르는 등 정몽구-정의선 부자 승계 진행속도에 가속이 붙었다는 평이 나오면서 그룹 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온 한양대 출신들과 정 부회장 시대 ‘조타수’로 주목받는 고려대 출신들 간의 구도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내엔 서울대 출신 임원이 19명으로 가장 많으며 한양대와 고려대 출신이 각각 16명과 15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룹 내 최대 학벌인 한양대와 서울대, 고려대에 이어 부산대(33명, 5.9%) 인하대(33명, 5.9%) 연세대(27명, 4.8%)가 뒤를 따르고 있다. 명문대 출신과 더불어 그룹 사업 특성상 공대가 특히 유명한 학교 출신들이 다수 포진한 점이 눈에 띈다. 해외유학 출신 임원은 총 38명으로 6.8%에 해당하는데 4대 그룹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현대·기아차그룹이 ‘국내파’ 비중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SK -최태원 고대 나와 시카고대 석사 과정 마쳐…두 대학 출신 수년간 핵심보직 입성
SK그룹 최종학력 분석대상 임원은 9개 상장 계열사의 356명으로 4대그룹 중 그 수가 제일 적다. 가장 많은 임원을 낸 학교는 서울대로 62명(17.4%)에 이른다. 오너 경영인 중엔 최태원 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유일한 서울대(심리학과) 출신이다. SK그룹 경영의 산 증인인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도 서울대 상대 출신이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 내에서도 서울대 출신 임원이 20명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압도적이다.
서울대 다음은 최태원 회장 출신교인 고려대다. 총 51명으로 14.2%에 해당한다. 그 뒤를 연세대(34명, 9.6%) 한국과학기술원(15명, 4.2%)이 잇고 있으며 한양대는 12명(3.4%),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각각 11명(3.1%)의 임원을 배출했다.
SK에서 해외 학교 출신 임원은 총 90명으로 전체 임원의 25.3%에 해당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으며 일리노이대계열과 시카고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cago)가 각각 5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최태원 회장은 고려대를 나와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최근 수년간 SK 인사 때마다 고려대와 시카고대 출신들의 핵심 보직 입성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 이는 최 회장의 조직 장악력 강화 일환으로 풀이되곤 했다.
LG -서울대 이어 산학협력 맺은 부산대 많아…유학파 비율 37.5%…그중 헬싱키대 두각
LG그룹의 분석 대상 임원은 8개사 563명. 이들 중 서울대 출신이 52명(9.2%)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부산대 출신이 38명(6.7%)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졸업한 연세대(공식 최종학력은 미국 클리블랜드대 석사)와 고려대(각 34명, 6.0%)를 앞서고 있다.
LG그룹에서 부산대 약진의 이유는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창원·구미공장이 이 학교와 가까운 데다 창원공장이 부산대와 산학 협력 협정을 맺고 직원들을 부산대에 보내 교육을 시키는 등 끈끈한 인연을 맺어온 때문인 듯하다. 그룹의 주력인 LG전자 내에선 부산대 출신이 서울대 출신(21명)보다 많은 25명의 임원 자리를 차지해 최대 학벌로 군림하고 있다.
그룹 전체에선 부산대 다음으로 한국과학기술원(29명, 5.2%)과 경북대(28명, 5.0%)도 많은 임원을 배출했다.
LG그룹 내 해외유학파 임원은 총 211명으로 전체 임원 중 37.5%를 차지한다. 이는 4대 그룹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런데 유독 헬싱키대 출신이 36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룹 전체 임원 중 헬싱키대 출신이 연·고대보다 많은 6.4%를 차지할 정도다. 이 중 LG전자 소속이 26명(LG전자 임원 중 9.3%)으로 LG전자 내에선 ‘국내파’ 최대인 부산대보다 많다. 이는 LG가 부·차장 등 중간 간부들이 MBA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헬싱키대와 제휴를 맺고 있는 까닭에서다.
그밖에 해외파는 미국 일리노이대계열 출신이 12명,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와 캐나다의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출신도 각각 8명에 이른다. 지난 2007년 초 남용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를 맡게 된 이후로 남 부회장이 외국인들을 대거 등용한 것 또한 ‘해외파’ 득세의 배경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