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강원도 원주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 내 씨유메디칼시스템을 방문한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이 때문에 정무수석 장기 공백 사태가 곧 박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탈(脫)정치, 경제 및 민생 올인’으로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초 정무수석 공백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간 것과 관련해 “대통령은 정무수석이 당장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창중 파문을 비롯해 ‘인사 트라우마’가 있다 보니 철저히 검증하고 더 나은 사람을 뽑겠다는 욕심이 나겠지만, 그걸로 설명하기에는 정무수석 공백이 너무 길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김학송·김성조 전 의원 등 친박계 중진들과 김선동 정무비서관, 전직 언론인 일부 등이 정무수석 후보로 떠올라 이 중 일부에 대해 검증을 거쳐 박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갔으나, 박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곧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정무수석이 긴요하게 필요하지 않은 방향’으로 잡을 것임을 시사한다. 청와대가 야당과 충돌하는 상황을 가급적 피하고 경제 살리기와 남북관계 관리 등에 주력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마디로 탈정치 구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임시국회를 거치면서 눈에 띄게 경제살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 경제정책의 주요 축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가 6월 국회에서 상당 부분 입법으로 이어진 만큼 이제 경제활성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10일 언론사 논설위원실장·해설위원실장 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한) 중점 법안들이 미진한 것이 있지만 많이 통과됐다”며 “이제는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투자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에는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며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 개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1단계 투자 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38개 과제 중 2건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서는 “거기에 막혀 투자를 못하고 있는 기업인 입장에서는 한 건 한 건이 아주 절박하다. 투자를 못해 일자리 창출도 막히는 점을 생각하면 한 건의 지연도 뼈아프게 생각해 달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투자 활성화에 목을 매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들이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7%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경제살리기는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 출범 초반에 창조경제 얘기가 많았는데, 아직까지는 뜬구름 잡는 수준의 얘기일 뿐”이라며 “결국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규제를 개혁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탈정치, 민생·경제 올인’ 쪽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잡았다 하더라도 정무수석 공백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규제 개혁 역시 대부분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고, 여야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신임 정무수석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