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국내 내로라하는 조선사들이 극심한 조선 경기 침체에 시달리면서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해양·육상플랜트 수주 덕분이었다. 부진한 실적을 플랜트 수주에서 메웠던 것. 조선업계에서 “플랜트 덕에 먹고 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 같은 예는 조선업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측은 “전체 매출의 50%를 넘게 차지하던 조선업이 조선 경기 침체로 35%가량으로 감소했지만 플랜트사업이 조선업 감소분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나마도 조선업 실적에 해양플랜트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순수 선박 수주만 따지면 창피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던 이 플랜트부문마저 점차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플랜트 수주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있다. 당장 올 상반기 플랜트 수주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플랜트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수주는 28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최대 발주처인 중동지역 수주가 지난해 99억 7700만 달러에서 올해는 55억 4900만 달러로 44.4%나 줄었다. 미주지역 역시 지난해 상반기 53억 4300만 달러에서 올해는 18억 5000만 달러로 65.4% 급감했다.
대신 유럽과 아프리카 점유율이 상승해 전체적으로는 1.9% 감소했다. 수주 편중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중동지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주요 에너지 생산 국가들이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플랜트 수주도 그만큼 급감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기우’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육상·해양플랜트가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