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종학 PD
이후 <조선왕조 500년> <아름다운 밀회> 등을 만든 김 PD는 송지나 작가와 손을 잡고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김 PD는 <퇴역전선> <선생님, 우리 선생님>으로 송 작가와 인연을 맺는다. 한적한 제주도 초등학교로 전근 온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이영후, 임현식, 김영옥 등 실력파 배우들을 배출했다.
이후에도 김 PD는 송 작가와 함께 1988년 드라마 <인간시장>을 만들어냈다. 김홍신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인간시장>은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박상원을 발굴해 이름을 알리게 했다. 그리고 3년 뒤 그는 <여명의 눈동자>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여명의 눈동자>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중국과 필리핀 등 광범위한 스케일과 총 72억 원이라는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자랑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인간시장>에서 발굴한 배우 박상원을 필두로 최재성, 채시라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모래시계>
대히트작 <모래시계> 이후 김 PD는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SBS에서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종학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제작자로 변신했다. 그동안 김종학 프로덕션은 <아름다운 날들>(2001), <풀하우스>(2004), <태왕사신기>(2007), <베토벤바이러스>(2008) 등 인기작을 연달이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수사반장>
하지만 이후 김 PD와 김종학 프로덕션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나온 김 PD는 절치부심하며 송지나 작가와 드라마 <신의>를 연출했다. <신의>는 타임슬립으로 현대에 살던 여주인공이 고려시대로 간다는 설정의 판타지로 톱스타 김희선을 6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시킨 작품이다.
발인에 참석한 김희선.
드라마 <신의>를 연출한 후 김 PD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드라마 OST 계약 문제 등으로 고소당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또한 김 PD가 고인이 되면서 결국 <신의>는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김 PD의 빈소에는 그가 키워낸 톱스타들을 비롯한 연예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그와 1990년대 대부분을 함께한 배우 박상원은 내내 빈소를 지켰고, 발인 때는 손수 그의 관을 들기도 했다. 배우 고현정은 그의 죽음이 알려진 23일 드라마 촬영을 중단하고 바로 빈소를 찾았다.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 김종학 PD의 발인에 박상원, 윤태영 등 많은 연예인이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또한 논란을 빚은 <신의>의 김희선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자리해 눈물을 흘렸다. 송지나 작가는 빈소에 다녀온 후 자신의 공식 사이트에 “김희선 이민호 류덕환 박세영 씨가 빈소에 왔다”고 전하며 “김희선 씨는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런데 울고 또 운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한국 드라마계의 거장 김 PD는 저 세상으로 떠났다. 하지만 김 PD가 만든 대작들은 그의 손을 거쳐 배출된 수많은 스타 연예인들과 함께 안방극장 팬들의 마음에 오래동안 자리할 것이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