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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삐끼가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은 성형외과 밀집촌인 강남 신사역 일대. 이곳 주변의 미장원이나 찜질방에 가보면 손님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성형 삐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룸살롱 마담이나 일부 연예기획사까지 ‘성형 삐끼’ 대열에 동참하는 추세다. 지난 5일 신사역 주변 이른바 ‘성형 밸리’. 각종 고층건물 사이로 ‘성형수술’이란 간판들이 눈에 띈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형타운이 형성돼 있는 지역이다.
개원의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문을 연 성형외과는 5백여 곳. 이중 2백여 개가 서울 강남 지역에 있고 그 가운데서도 최고 밀집지역은 신사역 일대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주변 환경 때문일까.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부 성형외과들의 경쟁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가장 선호되는 방법은 ‘각개전투’. 요컨대 ‘물 좋은’ 장소에 성형외과 관계자가 직접 찾아가 1:1 접촉을 통해 손님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바로 현장에서 성형외과측과 손님을 연결시켜주는 삐끼. 이들과 일부 성형외과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방불케 한다. 신사역 주변 한 미용실 원장에 따르면 일대의 미용실이나 웨딩숍 중 상당수가 성형외과와 선이 닿아 있다고 한다.
사장이든 직원이든 간에 한두 명은 성형외과 사무장 등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 이들은 평소에는 본업에 충실하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으면 손님에게 슬쩍 성형에 대한 운을 뗀다. ‘코만 조금 높으면 정말 눈부실 것 같다’는 식으로.
삐끼들은 손님이 관심을 보이면 성형외과측에 연락을 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상담을 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받는 사례비는 수술비의 10∼20% 정도. 성형수술비가 보통 1백만원에서 3백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액수가 알선비로 오가는 셈이다.
그런 이유로 경우에 따라 점찍어둔 손님을 놓고 미용실 직원들끼리 기득권 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신사동 S미용실의 한 헤어디자이너는 “주로 성형외과쪽에서 담당자가 직접 찾아와 ‘부업’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개만 시켜줘도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에 우리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성형 삐끼들’ 가운데 가장 큰손은 상당수 룸살롱 마담들이다. 이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휘하의 아가씨들을 수술대로 유인한다. 일부 마담의 경우 수술비까지 빌려주며 아가씨들에게 얼굴을 고치라고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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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신사역 일대. 사진은 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개중에는 아가씨가 들어오면 무조건 성형수술을 시키는 업소들도 있다. 강남역 인근의 J룸살롱이 대표적인 곳. 이곳은 서울뿐 아니라 인근 수도권에까지 ‘물좋기로’ 소문난 업소다.
물론 성형수술 덕분이다. 이 업소는 가게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아가씨들에게 성형수술을 시킨다. 돈이 없을 경우 아가씨에게 따로 거액을 대출해줄 정도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성형외과와 줄이 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마담으로서는 알선 수수료도 챙기고 또 휘하 선수들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 반면 아가씨들 가운데엔 성형수술 때 받은 ‘마이낑’(선급금 혹은 대여금을 뜻하는 유흥가 은어)을 갚지 못해 2차를 나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역삼동 G단란주점의 최아무개 실장은 “주변에 성형수술비를 갚지 못해 2차를 나가는 아가씨들이 꽤 있다”며 “일부는 단골손님이 구제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차를 나간다”고 귀띔했다. 얼굴 수술비를 몸으로 때우게 되는 셈이다.
강남 성형타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는 연예기획사 등의 간판을 내건 사실상의 ‘전업 삐끼’까지 등장한 상태라고 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기획사나 홍보대행사처럼 근사하게 회사를 포장한다.
그리곤 연예기획사 등의 명함을 돌리며 성형밸리 일대에 대한 공략에 나선다. 사무실에 찾아오는 연예 지망생들에게 성형수술을 시킨 뒤 알선 수수료를 챙기는 것. 실제로 얼마 전에는 성형외과와 담합한 연예 매니지먼트사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압구정동에 모델 및 연기자 매니지먼트사를 불법으로 차린 뒤, 4백80여 명의 지망생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한 성형외과와 짜고 수강생들에게 성형수술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서 수사2계의 한 관계자는 “성형업계 일각에서 이 같은 수법이 관행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사동 필성형외과의 김잉곤 원장은 업계 일각의 지나친 경쟁이 이 같은 부작용을 부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돈이 된다는 소리에 다른 과까지 무분별하게 성형외과 간판을 내걸고 있다”며 “이 같은 과당 경쟁이 ‘성형삐끼’라는 신종 부업까지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세간에 알려진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 일대에 성형 삐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며 “일부의 사례를 전체의 일인 양 포장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