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웃지 못할 이혼소송에서 승소한 한 50대 가장의 외적 ‘조건’들이다. 이 남자가 만족시키지 못한 게 있다면 단 한 사람, 바로 그의 아내였다. 좀더 정확하게는 ‘좋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내의 욕심이었다.
아내는 남들이 볼 때 결코 모자랄 것이 없는 남편에 대해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결혼 생활 내내 불평을 일삼았다고 한다. 아내의 홀대를 참다못한 남편은 결국 결혼 22년째를 맞던 지난해 아내를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지난 8일 두 사람의 결별을 허락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자란 것 하나를 더 채워 ‘모든 것’을 가지려했던 아내. 결국 그녀의 과도한 욕심은 끝내 이들 부부의 파경을 부르고 말았다. ‘그 남자’ 변중대씨(가명?0)가 ‘그 여자’ 이수정씨(가명?8)를 만난 것은 지난 79년 6월.
당시 변씨는 손꼽히는 명문대를 졸업한 뒤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엘리트 사원. 이씨는 대학 졸업후 집안일을 돌보고 있던 평범한 아가씨였다. 약 5개월간의 교제를 통해 결혼까지 이르게 된 변씨와 이씨.
사실 결혼과정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기는 했다. 결혼 당시 형편이 좋지 못했던 신부 이씨는 신랑 변씨로부터 결혼자금으로 쓸 2백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변씨가 이 가운데 1백만원만 보냈던 것.
이 일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이씨는 결혼한 뒤 시어머니에게 변씨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았다. 공교롭게도 이 이야기는 나중에 변씨의 귀에 들어갔다. 둘 사이의 신뢰에 금이 간 최초의 계기였다. 하지만 이 일도 그 이후 부부에게 찾아온 ‘사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2년 정도 서로 마음을 맞춰 결혼생활을 잘 꾸려가는 듯했던 이들 부부사이가 조금씩 서먹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께. 아내의 ‘남편 길들이기’가 시작된 탓이었다. 이 때문에 변씨는 적잖은 나날 동안 신경전 끝에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해야 했다.
절반만 받은 결혼자금에 대한 앙금 탓인지 아내는 틈만 나면 자신이 결혼 당시 돈이 없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아내의 ‘남편 길들이기’는 어느 새 시댁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됐다.
부인 이씨는 시댁의 경조사에 좀처럼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하더라도 마치 손님처럼 있다가 돌아가곤 했다. 심지어 지난 91년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가보지 않았다. 아내의 냉정함에 남편은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94년 초 이들 부부는 단독주택을 새로 구입하며 서울 잠실에서 은평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2층은 부부가 거주했고 지하와 1층은 세를 내줬다. 부부의 재산이 조금씩 늘어났지만 오히려 아내의 마음 한켠에선 쉽게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
||
심지어 동창회에 나가서 ‘남편이 성적으로 불구’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기도 했다. 사실여부를 떠나 그런 아내의 태도는 변씨 마음 밑바닥에 커다란 상처로 남았다. 이들 부부의 관계는 지난 97년 여름을 계기로 급속히 나빠졌다.
아내 이씨와 자녀들이 11박12일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최상류층에 눈높이가 맞춰졌기 때문이었을까. 유럽여행 뒤 이씨는 “당신의 무능력으로 좋은 아파트에 살지 못한다”는 등의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내의 홀대 탓에 대기업 이사인 남편 변씨는 식사와 빨래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회사를 다녀야 하는 서러운 신세로 전락했다. 간혹 변씨가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당신 몸에서 더러운 냄새가 난다’며 접근을 거절하기 일쑤였다.
이달 말께엔 남편의 짐을 싸놓은 뒤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남편은 하는 수 없이 약 20여일 동안 밖에서 하숙을 해야 했다. ‘대기업 이사 하숙생’은 그 뒤 가까스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부부는 각방을 쓰며 사실상의 별거생활에 들어갔다.
이 와중에도 상류층의 상징처럼 된 ‘강남 아파트’에 대한 아내 이씨의 욕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자녀들의 학교진학을 위한 것이라는 게 아내가 ‘강남 아파트행’을 고집하는 이유였다.
강남 아파트를 소유하고자 하는 아내의 욕망이 실현된 것은 지난 2000년 4월. 변씨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식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많은 시세 차익을 남기게 된 것. 부부는 이 돈으로 우선 압구정동 A아파트(46평형)를 구입했다.
‘강남 고급아파트’에 대한 아내의 꿈이 비로소 이뤄진 것. 그래도 남편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이들 부부 사이가 뒤틀리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생겼다. 변씨가 회사로부터 구조조정을 당해 협력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독자적으로 ‘이혼을 전제로 한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권’을 내세워 변씨 명의의 A아파트를 가압류해놨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변씨. 아내에 대한 일말의 미련마저 잃은 남편의 선택은 결국 하나, 이혼뿐이었다.
갈라설 결심을 굳힌 변씨는 아내 이씨가 원하는 대로 아파트의 명의를 아내앞으로 이전해 주었다. 원래 소유하고 있던 은평구 단독주택의 명의이전에 필요한 서류도 전부 넘겨 주었다. 그리곤 서울가정법원으로 향했다.
더 이상 아내와 함께 살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피고(부인)에게는 원고를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가 아니라 돈을 버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고, 참기 어려운 모욕스런 말과 행동을 보여 절망으로 몰고 간 잘못이 있다”며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23년간의 파란만장한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