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변인이 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그가 말하는 대로 당이 돌아가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에 초선으로 당선돼 멋지게 등장한 것 같지만, 그는 앞서 경기도와 인천에서 여러 차례 공직선거에서 낙선한 인사다. 그처럼 화려한 등장은 집안이 좋아서도, 조직이 있어서도, 대중적 인지도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야전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당선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결과다.”
윤 의원에 대해 취재를 해보니 꽤 많은 일화가 등장했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이런 말을 했다.
“윤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답지 않게 굉장히 리버럴하다(자유주의적이다). 보좌진을 동지라 부르며 정국 돌아가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듣는다. 사실 국회에는 ‘윤상현 서포터스’라는 보좌관이 몇 명이 있다. 자기가 모시는 의원도 아닌데 자기 의원보다 더 스스럼없이 전화를 한다. 그러니 윤 의원은 이곳저곳 돌아가는 팩트(사실)와 설, 여론 수렴이 가능하다. 그 역시도 아주 적극적이고.”
윤 의원은 몇몇 보좌관에게는 ‘싸부’로까지 칭한다. 의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보좌관들, 그런 그들이 그런 소리를 들으니 다음에 또 윤 의원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할 수밖에. 말이 먹힌다는 뜻이다. 이 보좌관의 말을 더 들어보자.
“사실 윤 의원이 그간 두각을 보이지 못한 것은 당이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 18대 국회에서 윤 의원은 당 대변인 역할을 했다. 대과(大過)가 있었나, 설화가 있었나, 대변인이 잘못 없이 얼굴과 이름을 알렸으면 정말 훌륭하게 일을 수행한 것 아닌가. 최근 막가파식 대변인들을 봐라. 그는 보좌관에게 희열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페이퍼(보고서)보다는 대화를 통해 동지적 관계를 고수한다.”
‘뜨는 윤상현’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청와대에 뻗어 있는 그의 촉수(觸手)는 아주 적확한 정보를 걸러 온다. ‘박심(朴心)’에 가장 가깝다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공석인 청와대 정무수석을 대행하는 김선동 정무비서관과 가깝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 최경환 원내대표조차 청와대 의중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윤 의원의 박심 정보는 어느 때보다 고급, 고품격이다. 정보에서 소외당한 다른 의원들과는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입 큰’ 원내수석부대표의 등장에 대해 정치권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천지역 쪽 정보가 빠른 한 인사는 “인천의 지역구 안착 과정에서 윤 의원은 조기축구회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스포츠맨이라 남성들의 지지가 큰 편이다. 윤 의원 스스로도 한 번 사귄 사람과의 의리를 중시한다. 그리고 인연을 맺을 때에는 반드시 충성 맹세를 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2010년 11월 당시 박근혜 의원(왼쪽)과 윤상현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일요신문DB
윤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6월 16일, 청와대에서 전 씨의 딸 효선 씨와 결혼했다. 당시 윤 의원은 정치인이 아니라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일종의 백수 신세였다. 그 뒤 둘은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20년 뒤인 2005년 이혼했다.
윤 의원은 이혼 5년 뒤인 2010년 재혼했다. 당시 마흔여덟. 윤 의원의 새 배우자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딸인 경아 씨였다. 결혼식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전직 대통령의 사위였다가 걸출한 재벌가의 사위로 변신한 윤 의원은 ‘빵빵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태광그룹, 농심그룹, 율촌화학, 동부그룹, 삼양그룹에다 언론사로는 동아일보, 해외 기업으로는 일본 산사스까지 그의 ‘혼맥 네트워크’다.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7막7장>의 주인공 홍정욱 전 의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단기간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윤 의원이다. 자기 주변의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잘난 척하는 것은 흠으로 꼽힌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특보 당시 중앙언론과 유대를 쌓은 것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인맥이 풍부하다며 대놓고 자랑하는 스타일이다. 일각에선 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박 대통령을 과거에 ‘누님’이라 불렀던 그다.”
2010년 재혼 뒤 그는 재산 가액을 212억 원으로 신고한 바 있다. 그 전년도 재산에서 150억 원 불어난 것. 110억 원의 유가증권과 40억 원의 예금을 배우자 재산으로 신고했으니 거부 중에도 으뜸이다.
윤 의원은 엘리트주의자다. 거기다 강력한 보수주의를 표방한다. 일각에선 윤 의원이 앞으로 유망한 경제특구인 송도가 연수구(황우여)에서 분구할 경우 그곳에 최초의 국회의원으로 욕심을 내려 한다고 전한다. 인천 남구는 여야 없이 호불호가 자주 바뀌는 지역이어서 다선을 쌓기에 다소 불리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차기 20대 총선에서 인천을 지역구로 살아남을 새누리당 의원으로는 윤 의원과 이학재 의원 정도가 꼽힌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망이다. 거침없어서 비밀도 없다는 것이 윤 의원이라면 그 가벼움을 조금 눌러야만 대성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름휴가 정국의 이슈 메이커로 떠오른 윤 의원이 가을이 지나도록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