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홍 의원은 204개 회원국을 총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선거에 나갈 목표를 세웠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WTF 총재 선거 후보에 등록한 홍 의원은 3선의 조정원 총재와 맞대결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인끼리의 대결은 WTF 창설 이래 최초였다. 국내외 반응이 좋지 않자 홍 의원은 조 총재와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조 총재 측은 ‘단일화 이유가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홍 의원은 친박계 핵심으로 새누리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정부 여당의 살림을 총괄해야하는 상황에 국외 활동이 많은 WTF 총재 자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국기원 이사장직에 눈을 돌렸다. 국기원은 새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지만 결국 국기원 이사장 자리는 지난 6월 중순 홍 사무총장에게 돌아갔다. 국기원 개원 이래 최초의 정치인 이사장이었다. 그 뒤 그는 WTF 총재 후보직을 사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기원 이사장 자리에 오르며 태권도계에 입성한 홍문종 이사장이 이번에는 정관개정을 통해 이사장뿐만 아니라 국기원장을 겸직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 이사장이 한 언론 칼럼을 통해 “2010년 정관으로 국기원 이사장과 원장이 분리됐는데, 이 둘의 역할 분담이 사실상 모호하여 지난 1기 집행부에서 극심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홍 이사장의 겸임 의중이 전해지자 태권도 관계자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태권도 시민단체 회원들은 “국기원장직은 정통 태권도인이 오르는 영예로운 자리지 정치인이 정략적으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성토했다. 이어 “홍 이사장은 신규 이사 선임 및 상근 임원 인선 등 국기원 정상화를 위해 할 일이 태산인데 개인을 위한 엉뚱한 욕심만 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기원 측에서도 홍 이사장의 겸임 논란에 대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국기원장은 전 세계 태권도인을 상징하는 자리다. 그런 의미를 홍 이사장도 잘 알고 있는데 비상식적인 일을 추진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태권도와 국기원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원장 후보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홍 의원이 이렇게 태권도 단체장의 자리에 연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체육계 관계자들은 그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는 데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태권도 단체장 선거에 도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정길 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은 지난 2004년 대한태권도협회장에 당선된 뒤 이듬해 대한체육회장에 올랐고, IOC 위원까지 도전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