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법 개정 논란을 통해 현오석 부총리와 박 대통령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음이 또 다시 확인됐다. 박은숙 기자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4일 만에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고, 그 하루 만에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하는 식으로 무마된 세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국회를 앞두고 내년도 예산안을 짜야 할 부총리를 바꿀 수도 없고…. 지금은 말을 못하지만 다들 마음속에는 불덩이가 하나씩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새 부총리를 뽑아 인사청문회를 거칠 여유가 없을 뿐 현 부총리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하는 게 없다는 얘기였다. 이는 비단 현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모피아에 대한 실망과 불만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었다.
현 부총리와 모피아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이 다 돼가도록 이들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8월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법 개정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과 정반대로 세법 개정안이 나왔다는 질책이었다.
박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세제 개편안과 별도로 내년 예산안 편성 시 서민·중산층 예산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며 “특히 교육비나 의료비 지원 등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예산 사업은 반영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비와 의료비 부문의 소득공제 비율 축소를 추구했던 정부 당국으로서는 얼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현 부총리나 조 수석이나 연봉 3450만 원부터 7000만 원까지 근로자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이 16만 원으로, 한 달에 1만 3000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며 “한 달에 1만 3000원은 별 게 아니라는 식의 인식은 국민들과 전혀 소통할 준비가 안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들 연봉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 월 1만 3000원을 부담할 경우 새롭게 받게 되는 각종 복지 혜택은 월 3만 원이 넘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했다면 그렇게 큰 저항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게 되는지만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했더라면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반발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 부총리 및 모피아에 대한 여권 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현오석 경제팀’의 교체는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현 경제팀은 경제 활성화나 창조경제 대책 같은 박 대통령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 ‘현상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오히려 ‘인사 독식 논란’에 휩싸여 왔다”며 “대통령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