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이 여동생인 박현주 부회장의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금호아시아나 본사 건물.
박삼구 회장 여동생인 박현주 부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부회장뿐 아니라 대상그룹 계열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이기도 하다. 박 부회장은 경영에 관한 한 ‘금녀의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친정에서 풀지 못한 경영의 꿈을 시집인 대상그룹에서 펼치고 있는 중이다. 박 부회장은 단순히 이름만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대상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남편 대신 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다.
1993년 ‘상암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상암커뮤니케이션즈와 박현주 부회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설립 당시부터 박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설립과 정착, 발전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박 부회장은 2001년부터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설립 초기인 1996년 ‘청정원’ 론칭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광고업계에 자리를 잡았다. 광고계열사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공교롭게도 대상은 새로운 CI와 브랜드의 교체·출범·론칭 작업을 했고 이는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 큰 도움이 됐다. 이후 대상(주), 대상FNF, 동서건설 등 상암커뮤니케이션즈 역시 여느 재벌 오너 일가 소유 광고계열사와 마찬가지로 그룹 내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
하지만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성장에 그룹 내 계열사보다 더 큰 도움을 준 그룹이 있다. 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이미지 광고는 물론 크고 작은 계열사들의 광고를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 몰아줌으로써 상암커뮤니케이션즈 성장과 인지도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2000년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업광고는 물론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생명(현 KDB생명), 금호렌터카(현 KT금호렌터카), 금호건설, 금호고속, 에어부산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현 계열사들의 광고를 도맡다시피 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등의 광고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있을 때만 상암커뮤니케이션즈가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그룹 계열사에서 떨어져나간 후부터는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서 광고 작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계열사 중 광고 제작이나 광고 대행을 하는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현대차그룹의 이노션, 한화그룹의 한컴 등처럼 여느 재벌들이 하나쯤 두고 있는 광고계열사가 따로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룹 광고나 계열사 광고를 외부에 개방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 회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 몰아주다시피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비록 금호아시아나와 대상은 서로 다른 그룹이지만 혼인으로 연결된 사돈기업이다. 더욱이 여동생은 직접 시집 그룹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룹을 이끌면서 광고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만큼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회사는 비록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만 서로 다른 기업이라는 이유로 지난 7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혼인 등으로 연결돼 있는 친족분리기업과의 거래에 대해서도 규모에 따라 내부거래와 동일하게 간주돼야 한다”며 “이 같은 거래로 중소기업이 배제된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족분리기업 거래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먼저 그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친족분리기업 거래에 대해서는 기업공시의무가 없기에 실태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 따라서 공시제도를 보완해 친족기업과 거래 현황도 투명하게 공시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 연구위원은 “친족분리기업과 거래를 면밀히 살펴 심각한 경우라면 세법상 과세, 상법상 이사회 의결 강화, 공정거래법 개정 등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