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는 챔피언 그룹(Champions Group)과 넌챈피언그룹(Non Champions Group)으로 분류되는 데 챔피언그룹은 스코틀랜드, 그리스, 체코 등 유럽 중위권 리그의 챔피언들이 속해 있으며 넌챔피언그룹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등 유럽 상위리그 상위권 팀들로 구성된다.
이미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는 시드 배정 팀은 아스날(잉글랜드), 리옹(프랑스), 밀란(이탈리아), 샬케04(독일), 제니트(러시아) 등이었으며 3차 예선을 통과해 플레이오프에 오른 비 시드배정 팀은 아인트호벤(네덜란드), 메탈리스트(우크라이나), 페네르바체(터키),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파코스 데 페레이라(포르투갈) 등이다.
중계 화면 캡쳐
시드 배정 팀들은 모두 강팀들이지만 그나마 살케04와 제니트 등이 수월한 상대로 손꼽혔다. 아스널과 밀란이 예전만 못하다곤 하지만 명문 강팀임에 분명하고 최근 리옹은 엄청난 투자로 강팀으로 거듭났다.
결국 아인트호벤의 상대는 AC 밀란으로 확정됐고, 아인트호벤의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선 1대 1 무승부가 됐다.
아인트호벤과 AC 밀란의 격돌은 2004~2005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국내 팬들에게 가장 유명하다. 박지성이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올렸으며 이 골은 박지성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데려다 줬다.
당시 격돌의 최종 승자는 AC 밀란이었다. 비록 2차전에선 아이트호벤이 3대 1로 승리해 1,2차전 합계 3대 3 동점이었지만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서 밀리면서 AC 밀란이 결승전에 진출한 것. 비록 당시 히딩크의 아인트호벤은 패했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미 거둔 뒤였다.
이번 격돌은 더욱 절박하다. 양팀 모두 패하면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에 진출하지 못한다. 사실상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32강 조별예선 진출을 의미한다. 조별예선에 진출하면 최소한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여섯 차례 치르며 상당한 수익과 선수들의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패할 경우 사실상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것이 된다.
결국 결승 진출이라는 추가적인 영광을 위해 싸운 2005년 승부와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낭떠러지 앞에서 싸우는 2013년 격돌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아인트호벤의 홈경기로 열린 1차전에선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당연히 원정팀인 AC 밀란에게 유리한 결과다. 우선 원정골을 1개 허용한 부분이 아쉽다. 만약 AC 밀란의 홈에서 열리는 2차전 결과가 0대 0이 될 경우 지난 2005년과 마찬가지로 1,2차전 합계에서 동점을 이루고도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서 밀려 아인트호벤이 탈락하게 된다.
1대 1 무승부가 되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며 그 이상의 득점을 올리며 동점이 되면 아인트호벤이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으로 32강 조별예선에 진출한다. 물론 2차전에서 승패가 갈리면 당연히 승리한 팀이 32강 조별예선에 진출한다.
0대 0 무승부만 거둬도 되는 AC 밀란 입장에선 이탈리아 축구 본연의 수비 축구를 지향할 수 있다. 반면 아인트호벤은 최소한 한 골 이상 득점해야 하는 터라 공세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만큼 득점이 절실한 경기라는 의미다.
어찌 보면 플레이오프 대진 추첨에서 AC 밀란을 만난 것 자체가 아인트호벤에겐 악몽일 수 있었지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바로 1차전 MOM(Man Of Match)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유독 AC 밀란에 강한 선수다.
이번 경기 이전까지 박지성은 AC 밀란을 4번 만나 2골을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2004~2005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골을 기록했던 박지성은 2009~2010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선 AC 밀란의 심장 안드레아 피를로를 꽁꽁 묶어냈다. 유럽 언론이 당시 박지성의 활약을 ‘피를로를 지웠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또한 16강 2차전에서는 후반 14분 쐐기골을 터트렸다.
이 가운데 패한 경기는 2004~2005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뿐이다. 당시 경기에선 박지성의 아인트호벤이 0대 2로 패했다. 그렇지만 2차전에선 3대 1로 승리했으며 2009~2010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선 박지성의 맨유가 1차전 3대 2 승리, 2차전 4대 0 대승을 거뒀다.
특히 박지성이 득점을 올린 2004~2005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과 2009~2010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은 모두 3대 1과 4대 0의 대승을 거뒀다.
따라서 AC 밀란 킬러인 박지성을 보유한 아인트호벤 입장에선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 원정으로 치러지는 이번 AC 밀란과의 2차전에서도 충분한 희망이 있다.
특히 박지성이 득점을 올린다면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은 더욱 가까워진다. 우선 반드시 최소 한 골의 득점 필요한 상황에서 박지성이 한 골을 넣어 준다면 아인트호벤은 더욱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지금껏 박지성이 득점을 올린 경기에선 늘 AC 밀란이 패했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박지성이 경기 초반에 득점을 올린다면 이후 박지성이 수비에 전념하며 과거 피를로를 지웠던 경기력을 선보이면 더욱 아인트호벤에게 홉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C 밀란과의 다섯 번 격돌에서 3승 1패 1무를 기록 중인 박지성의 기록이 4승 1패 1무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아인트호벤과 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은 오는 28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