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이현세, 윤준환, 이두호(왼쪽부터) 등 유명 만화작가들이 지난 9월 8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최종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제1회 4100만 원에서 사상 최대 상금액을 경신한 올해 제2회 ‘창간 20주년 기념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수상작들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월 16일 자정까지 접수된 작품은 총 70편. 제1회 공모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작품들의 수준도 골고루 올라갔다는 평가다. 응모된 모든 작품들은 9월 24일부터 10월 9일까지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홈페이지(www.ilyotoon.com)에서 선보였다.
그 사이 제효원 한국만화가협회 사무국장과 일요신문 편집국 만화공모전팀의 예심(9월 25일)을 거쳐 수상작의 2배수인 8편이 10월 8일 최종심에 올라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최종심은 제1회 공모전의 윤준환 이두호 최훈 심사위원과 함께 새로 이현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수상작은 상금 3000만 원이 걸린 대상(1편)을 비롯, 우수상(1편, 1000만 원), 가작(2편, 각 500만 원), 총 4편. 이제 그 영예의 작품들을 공개한다.
먼저 상금 각 500만 원인 ‘가작’에 오른 두 작품은 <고리>(허재호 작)와 <환향>(還鄕, 송동근 작).
허재호 작가는 ‘고리’가 ‘조직을 서로 연관되게 하는 하나하나의 구성 부분 또는 그 이음매’를, 동음의 영어 ‘Gory’는 ‘유혈의, 유혈과 폭력이 난무하는’을 뜻한다고 <고리> 작품해설 첫머리에 소개했다. 외딴 섬에 불시착한 사람들과 먼저 불시착해있던 UFO의 외계인이 만나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코믹 SF 미스터리물’로 고리의 뜻과 연결된다.
심사위원단은 <고리>에 대해 “개성 있는 캐릭터와 빠른 전개, 재치 있는 대사처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쉽게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해주는 강점이 있다”고 평했다. 다만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매끄럽게 처리되지 않아 산만한 느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가작 수상 이유를 밝혔다.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백성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또 다른 가작 <환향>의 이야기다. 조선시대 호란 전후 청나라에 끌려간 수많은 조선의 여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환향녀’로 불렸다. 송동근 작가는 병자호란이 있기 전 만주에서 벌어진, 알려지지 않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조선군과 오랑캐에 납치됐다가 도망친 조선 여인의 고군분투 귀향기를 그렸다.
“<환향>은 극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여유로움이 매력적이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에 두고 작가는 느린 템포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임팩트의 부족함이 느껴졌다”는 것이 심사평이다.
지난해 500만 원에서 올해 두 배인 1000만 원의 상금을 내건 ‘우수상’의 주인공은 <붉은 알약>(김경민 작). 사이비 종교 단체에 가입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조카와 이를 저지하려는 삼촌의 이야기를 담았다. 3류 소설가에게 10년 만에 교도소에서 풀려난 하나뿐인 조카가 찾아오고, 동시에 주인공이 동네 3인조 양아치에게 걸려들어 괴롭힘을 당하는 도입부부터 독자는 자연스레 빨려 들어간다.
심사위원단은 “<붉은 알약>은 흡입력 있는 문장과 부드러운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응모작들 중 단연 돋보이는 스토리 라인을 보여주었다”며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의 대상 선정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였으나,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작화력을 들어 결국 우수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상금 3000만 원, 제2회 ‘창간 20주년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영예의 대상은 <DEAD BLOOD-731>(데드 블러드-731, 김영오 작)이 차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중국의 하얼빈(哈爾濱)에 주둔시켰던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를 배경으로 좀비(Zombie, 살아있는 시체)와 마적을 등장시켰다. ‘죽지 않는 자들’과 한·중·일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내용.
요즘 뜨고 있는 ‘B급 문화’에 주목한 심사위원단은 “좀비와 마루타 부대라는 소재를 조합한 전형적인 B급 액션물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빠른 전개와 완성된 작화가 돋보인다”며 “얼핏 진부해 보이기도 하는 단순한 스토리가 단점이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한 힘을 가진 작품으로 평가했다”고 대상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단은 “심사위원은 연재처의 성격에 따라 당선작을 가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사에서는 연재를 진행시킬 수 있는 연출의 안정성과 짧은 순간에 독자들의 눈을 잡아끌 수 있는 전개의 스피드감이 우선시되었다”면서 “일요신문 공모전을 포함한 여러 공모전에 출품할 작가들은 공모처의 성격에 따른 어느 정도의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사위원단은 이어 “공모전에 참가하며 쏟은 여러분들의 노고와 도전정신에 박수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사는 향후 당선작은 물론 당선되지 않은 응모작에 대해서도 작가와 협의, <일요신문>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당선작은 ilyotoo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