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30일 서울지검 서부지청에서 구속수감 되는 염동연 전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무특보. 그는 구속 5개월 만에 심장질환을 이유로 보석 이 결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 ||
염씨는 현재 통원치료를 받으며 상당히 조심스럽게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정국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재판 때문에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서 다시 정치활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계복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의 보석 결정을 둘러싼 뒷얘기를 따라가봤다.
‘심장발작이 일어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피고인의 구속집행정지를 결정한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4단독 신명중 부장판사는 지난 8월11일 염동연씨에게 8월11일부터 29일까지 18일 동안의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염씨는 김호
준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 말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이날 곧바로 심장질환 치료를 위해 서울 J병원에 입원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인 8월30일 재판부가 허락한 일시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나자 염씨는 다시 서울구치소로 갈 처지에 있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의 병세가 계속 심각한 상태라고 판단해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9월 말까지 연장해 주었다. 그후 다시 그에게 보석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염씨가 8월30일 일시 구속집행정지가 끝나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오보를 냈던 셈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아직도 그가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8월 염씨에게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리고 한 달 뒤인 9월 보석을 허가한 신명중 부장판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보석 결정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8월11일부터 8월29일까지인가 구속집행정지를 했다가 다시 9월 말까지 1차 연장을 해준 것으로 기억한다. 피고인의 심장질환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서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해 9월 말까지 잡아놨는데도 자꾸 재판이 연기돼 결국 보석을 허가해줬다. 원래 피고인 구속 뒤 6개월 이내에 1심을 끝내야 하는데 현재 재판 연기 사유가 자꾸 발생해 6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낼 자신이 없어서 보석을 허가한 것이다.”
신 부장판사는 염씨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것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그의 보석 결정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사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피고인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수감해야 하는데 피고인의 몸 상태를 감안해 보석을 허가해주었다”고 덧붙였다.
▲ 지난 6월5일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 등이 영등포 구치소를 찾아 수감중인 염동연씨를 면회하고 나오는 모습. <일요신문>이 단독으로 촬영했다. | ||
염씨는 옥에서 나온 직후 서울의 J병원에 입원했었다. 염씨의 입원 사실을 조회한 결과 그는 이 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지난 8월11일부터 8월30일까지 입원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담당 의사 K씨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염씨에 대해 “진단서를 원해서 모두 발급해줬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는 “염씨가 가정의학과로 들어와 심장을 비롯한 각종 부위에 대해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수술까지는 안해도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염씨는 계속 다른 과에서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퇴원했다”고 밝혔다. 당시 염씨의 정확한 상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K씨는 “차트를 봐야 알 수 있지만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K씨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염씨는 구속집행정지의 직접적 사유인 심장질환 때문에 병원에 긴급 후송됐지만 검사 결과 급히 수술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 그렇다면 당시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해 준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신명중 부장판사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구속집행정지를 결정한 8월11일이 월요일이었는데 이틀 전인 토요일에도 염 피고인이 구치소에서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게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데다가 구치소 안에 있으면 더 성질이 나서 발작할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일부에서 ‘꾀병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검찰측에도 충분히 양해가 된 사안이다.”
신 부장판사는 염씨가 노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구속 석 달 반 만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것을 두고 일부에서 ‘칭병’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심장 발작이라는 것이 까딱 잘못하면 사람이 죽어버리는 병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아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집안에도 그런 병의 내력이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판사는 ‘그래도 피고인의 병이 그렇게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병이 급한 것이 아닌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는 “심장질환이란 것이 예고하고 찾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잘못될 수도 있다. 또한 구치소에 있을 때 가끔 그런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실도 고려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 사건 재판은 지난 6월11일 첫 공판이 시작돼 아직까지 1심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1심이 예정된 시간보다 지연되고 있어 재판부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신 부장판사는 “지난 10월17일 7차 공판 날짜가 잡혔는데 검찰측에서 증인신문도 하고 여러 가지 준비할 게 있다고 해서 11월21로 연기한 상태다. 검사들이 바쁜 모양이더라. 검찰측에서 구두로 요청해 일정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측근’ 염씨가 옥 밖으로 나왔기 때문일까. 그가 스스로 바깥 행보를 자제하고 있음에도 ‘열린우리당’ 주변에선 벌써부터 그를 둘러싼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염씨를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정가 일각에선 여권의 원외 인사들이 최근 염씨에게 줄을 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386 측근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염씨를 비롯한 측근 ‘노장그룹’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나라종금 재판의 1심 결과가 어찌 되든지 간에 일단 보석으로 ‘자유의 몸’이 된 염씨에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행보를 주목한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