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부산의 대표적인 홍등가인 완월동이다. 이미 경기를 끝낸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곳에서 황홀한 밤을 보냈다는 소문이 선수촌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과연 소문대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외국 선수들이 은밀한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기고 갔는지 완월동에 직접 들어가 봤다.
부산아시안게임이 대회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미 경기를 끝낸 외국 선수들은 관광을 즐기거나 먼저 고국으로 돌아가는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선수촌에서 특정 장소가 선수들의 입소문 대상이 되었다. 바로 부산의 대표적인 홍등가인 완월동이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으로는 성이 안차는 일부 외국 선수들이 부산의 밤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려고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알아낸 곳이 바로 완월동이었던 것.
소문의 진원지는 대회 관계자들이었다. 선수들보다 자유스러운 신분으로 인해 낮 동안의 ‘수고’를 ‘밤문화’를 통해 해소한 것이 선수들의 귀에 들어갔고 입소문이 번지면서 최고의 호기심 대상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외국의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급속히 번져나갔고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행차를 나서는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계 유명 도시에도 홍등가는 있기 마련이고 젊은 피를 주체하지 못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완월동은 분명 불그레한 불빛만큼이나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완월동에서 외국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따뜻해(?)보이지 않았다.기자가 완월동을 찾은 시각은 지난 3일 저녁 7시. 이른 시각이어서 그런지 환하게 불이 켜진 업소와는 달리 거리는 아주 한산했다.
▲ 아가씨들이 외국인들을 꺼리는 탓에 완월동의 밤은아시안 게임과는 무관하게 깊어가고 있다. | ||
사실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부산의 거리는 월드컵이 열렸던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조용한 편이었다. 경기장 관련 표지판이나 대회를 알리는 엠블렘 등도 눈에 띄지 않아 사실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들뜨는 맛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완월동은 서울의 미아리나 청량리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큼지막한 간판으로 업소 이름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관’ 또는 ‘○○장’으로 통일되어 있는 이들 업소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의 홍등가와는 달리 넓은 실내를 갖추고 한눈에 ‘선수(직업여성)’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듯했다.피크 타임이라는 10시가 넘어서도 완월동은 활기를 띠지 못했다.
주변의 호프집이나 가게 등도 아시안게임 특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할 만큼 한산했다. C업소에서 경력 10년째를 자랑하는 직업여성 A씨는 “아시안게임이 부산에서 열린다고 하지만 여기 완월동은 그런 분위기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면서 “대회 이전과 비교했을 때 찾는 손님의 숫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해 선수촌의 소문을 무색케 했다.
외국 선수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 나왔다. 외국 선수들은 완월동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것. 직업여성들이 외국인과의 관계를 꺼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안게임 이후 중동 지역 선수들의 발걸음이 잦았지만 ‘손님 대접’을 받지 못하자 해운대 부근의 609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한다.
K업소의 B씨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직업여성들 사이에선 에이즈와 ‘빅 사이즈’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관계하기를 꺼려한다”고 설명했다.한편, 12시가 넘어서자 완월동에 운동복 차림의 외국 선수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껌을 씹으며 업소를 기웃거리는 2명의 외국 선수에게 다가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말을 걸자 기자를 ‘삐끼’로 오인했는지 “가격이 얼마냐, 어떤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느냐”만 반복해서 물어볼 뿐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한 이들은 가격이 1백달러라는 업소 주인의 말에 당황한 듯 서둘러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흥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지 몇 군데를 더 돌고서야 한 업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결국 선수촌에서 불고 있는 소문은 부진한 성적으로 먼저 보따리를 싸게된 중동과 동남아 지역의 일부 선수들이 경기장이 아닌 윤락가에서 체력을 소모하고 재미를 본 무용담(?)이 여러 선수들의 일인 양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완월동의 밤은 아시안게임과 무관하게 그렇게 깊어가고만 있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