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자연사?
‘다섯 명의 소년들이 마을의 불빛을 보지 못한 채 산길을 잃었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사고 당시 항공사진을 판독한 결과 유골이 발견된 현장에서 6백m 떨어진 곳에 구마고속도로가 위치해 있었고 인근 서촌마을 인가 30여 채와의 직선거리는 3백50m 정도에 불과했다. 더구나 와룡산은 5명의 아이들이 곧잘 올라와 개구리·도롱뇽을 잡던 곳이라는 점에서 조난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현지 산악 전문가들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대구산악구조대 엽상욱 구조대장은 지난 1일 대구시 성서동 수사본부를 방문해 “고도 299.6m의 와룡산에서 길을 잃고 저체온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엽상욱 구조대장은 “와룡산 정상에서 아무 방향이나 선택해서 산을 내려가 보라. 아이들 걸음으로도 30분만 내려가면 마을을 찾을 수 있는 산이다”라며 “더구나 한창 뛰어다닐 나이의 아이들이 마을 뒷산에서 길을 잃고 사망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유골의 구멍은 총상일까
발견된 5구의 유골 중 한 구의 두개골 좌우에서는 2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법의학팀은 “탄환이 지나간 입구와 출구는 크기에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두개골에 난 두 구멍의 경우 크기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총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만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바로 탄환의 ‘회전력’ 때문이다. 총상을 입은 신체의 경우 탄입구 크기보다 탄출구 의 크기가 큰 것은 탄환의 회전력 때문이다. 이 같은 탄환의 회전력을 만드는 것은 총열 내부에 있는 ‘조우선’이라는 나선형의 선들이다. 하지만 총이 노후해서 조우선이 마모됐을 경우 탄환의 회전력은 ‘0’에 가까워지게 되고 탄환이 낸 구멍의 크기 역시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M16과 같은 신형 총기보다는 M1이나 칼빈 등의 구형 총기에서 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유골 바로 옆에서 발견된 탄두 역시 칼빈 탄두 1발과 M1 탄두 2발이었다. 지난 55년부터 94년까지 와룡산 인근에 주둔하면서 사격장을 운용했던 육군 50사단이 훈련에 사용한 총기는 M1, M16, LMG, 칼빈 등이었다. 이들 소총의 탄두는 모두 유골 근처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50사단측은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칼빈과 M1 소총 사격은 77년 이전까지만 실시됐으며 유골 옆에서 발견된 탄환의 부식 정도를 볼 때 77년 이전 사용한 탄환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혹시 밀렵꾼 등이 칼빈과 같은 구형 소총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없는 걸까.
▶두개골 골절상의 비밀
두개골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견된 5구의 유골 중 2구의 두개골 관절 일부가 골절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골절은 지금까지 밝혀진 다른 증거들에 비해 타살의 정황을 가장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는 증거물. 서울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는 “현재로서는 골절이 사후에 일어난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11년 동안 땅 속에 있었다면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갈 수도 있겠지만 개구리 소년들의 경우는 외부 가격이나 자연 부식 어느 쪽도 단정지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두개골은 관절이 정교하게 맞물려 끼워 맞춰진 감합(勘合)형태로 교착(交着)돼 있는 것이어서 다른 관절에 비해 결합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외부의 힘에 의해 두개골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좌우보다 상하 방향으로 강한 힘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설명. 그렇다면 두개골의 골절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과연 숱한 의문에 파묻혀 있는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다시 그 대답은 경찰과 법의학팀의 몫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