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번 아시안게임의 응원을 위해 북한에서 최고의 미녀들만 선발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정만 할 뿐이다. 북한 예술단 출신 귀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 미녀군단의 ‘정예멤버’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짜 ‘미녀’들은 북한에 있고, 이들은 ‘대표 2진급’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앙당 차원에서 ‘미녀’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원’은 고등중학교 시절부터 이미 중앙당에 의해 선발되어 평양으로 뽑혀오기도 한다. 북한의 미녀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것이 정설이다. 예술단 소속의 예술인들이 있고, ‘5과 선발’로 불리는 이른바 ‘봉사요원’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쁨조’는 ‘5과 선발’ 요원의 일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쁨조 1호’로 알려진 신영희씨(41)는 만수대 예술단 소속의 무용수로 활약하다가 95년 12월 남편과 함께 귀순한 북한 최고의 무용수 출신 배우다. 신씨는 “북한의 여성들은 그 미모의 수준과 일하는 대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고 밝혔다.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움직이는 행사 때마다 수행하거나 그 접대를 하는 여성들은 1등급이고, 중앙당의 청사 안에서 최고위 관리나 외국의 귀빈들을 상대하는 여성들은 2등급 등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 남녘의 남자들을 사로잡은 북한 ‘미녀 응원단’ | ||
이에 대해서는 다른 귀순자들의 증언도 대체로 일치한다. 조선국립연극단 소속의 여배우로서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던 이순희씨(42)는 “구체적인 등급의 분류는 모르겠으나,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우선적으로 뽑혀 김 위원장을 접대하고, 그 다음으로 순차가 정해져 뽑히는 식의 등급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한 귀순자는 “대개 북한의 여성들은 6등급 정도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번에 남한에 온 응원단은 2등급 정도의 여성들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추측했다.
그에 의하면 2등급 수준은 ‘5과 선발’ 요원 가운데서도 당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접대원이거나 예술단의 1급 예술인 및 지도원 등이라는 것.
항간에는 “이번에 내려온 응원단이 ‘기쁨조’의 일원이 아니겠느냐”는 소문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귀순자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신씨는 “기쁨조는 아주 인원이 적고 극히 제한된 활동만 하는 북한 최고의 미모를 가진 여성들이다. 이처럼 대규모 행사에 동원되어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쁨조 즉 ‘5과 선발’ 요원과 ‘예술단’ 소속 예술인들은 그 선발 기준에 있어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훈배우’ 출신 이씨는 “5과는 초대소나 고위층 식당 등에서 근무하는 접대부의 개념으로서, 아리땁고 유순하고 여성스러운 면이 많이 강조되는 반면, 예술인들은 미모도 중요하지만 노래와 춤과 연기를 잘하는 소위 ‘끼’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서구적인 미녀의 체형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지난 98년 가족과 함께 귀순, 현재 국내에서 활발한 연예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혜영씨(27)는 ‘5과 선발’ 과정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그녀는 지난 99년 일본에서만 제한적으로 출판된 것으로 알려진 자신의 고백수기 <북조선 여배우 일기>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이 겪은 ‘5과 선발’ 시험과정을 밝힌 바 있다.
그녀의 증언에 의하면 고등중학교 5학년(한국의 중3에 해당) 재학중일 당시 당본부에서 나왔다는 한 남성 지도원에 의해 고향인 함북 청진시 대표로 차출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심사 기준은 키가 158cm 이상에 체중 50kg 이하이면서도 너무 마르지 않은 체형이어야 한다는 것. 이후 함북 대표선발과 평양에서의 본선 등을 거치면서 그녀는 더욱 구체적인 시험 과정을 거치게 된다.
▲ 오른쪽 신영희씨, 김혜영씨 | ||
노래 부르기와 연기하기는 물론, 웃을 때 치아가 고른지, 짧은 치마를 입을 때 다리가 예쁜지를 심사했고, 심지어는 전라의 몸매를 드러내고 여의사 앞에서 남성과의 성경험이 있는지 여부도 검사를 받았다는 것.
김씨는 당시 체험에 대해 “상당히 부끄럽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모든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던 ‘5과 선발’에 뽑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김씨는 친가와 외가의 친척들이 중국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미모에 못지 않게 출신성분과 사상성을 엄격히 따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한한 북한 미녀응원단에 대한 시각은 귀순 연예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신영희씨는 “이번 응원단은 공식행사 때마다 나서는 취주악단과 각 예술단 소속의 예술인들 가운데서 선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혜영씨는 “5과 출신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개인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그녀는 TV를 통해 언뜻언뜻 낯익은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응원단 중에는 당정 고위간부의 전용식당인 ‘모란각’의 여성들도 참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김씨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른바 ‘기쁨조’의 성격도 과거 80년대와 최근을 비교하면 적잖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귀순자 K씨의 증언에 따르면 “80년대 초 기쁨조는 당간부들의 행사 때 노래나 무용 등으로 흥을 돋우던 만수대 예술단 소속 단원들의 사회봉사 조직이었으나, 그 이후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힘을 과시하면서 사적인 위안단의 성격으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매년 7월 각 지방당의 지도원들이 담당지역의 학교를 방문, 아름다운 미소녀를 평양으로 뽑아올려 교육을 시킨 후 그 교육 수행 과정과 미모, 출신성분의 정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여 배치했다는 것.
흔히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고영희를 비롯 최혜옥 성혜림 등 이른바 ‘김정일의 여인’으로 소개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만수대 예술단이나 예술영화촬영소 등의 배우였다. 귀순자 신영희씨 또한 봉평성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만수대 예술단 소속의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기쁨조에 뽑혔다. 그만큼 초기에는 예술인들 사이에서 ‘기쁨조’로 차출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오늘날에는 ‘5과 선발’ 요원과 엄격히 구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씨는 “북한의 미녀들은 그 등급에 따라 특혜와 대접에 있어 엄연한 신분 차이가 있으며, 최고 등급에 오르면 개인적으로도 명예일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활여건도 보장되기 때문에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 응원단은 1백50여 명의 철도성 취주악단과 1백여 명의 예술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예술인은 만수대예술단, 평양교예단, 피바다가극단 등의 예술 단체에서 선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접대원 가운데서도 고위간부용 식당의 종사자들도 일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응원단의 북녀들은 김 위원장을 근접 수행하는 소위 ‘최고의 미녀’들 다음가는 2등급의 미녀들로 엄선된 팀이라는 귀순자들의 증언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감명국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