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검찰은 전두환 씨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다양한 ‘작전’을 준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자녀들을 공략한 부분이다. 지난 2004년에도 검찰이 차남 재용 씨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전 씨 측은 200억 원을 자진 납부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두환 씨나 이순자 씨도 어쩔 수 없는 부모 아니냐”면서 “자녀들을 수사하면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이번에도 전 씨 측의 자진납부는 전재용-박상아 부부의 검찰 소환 이후 급물살을 탔다.
이처럼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자녀들을 활용했던 사례는 여러 차례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는다. 당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검찰 수사 초반엔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박 전 회장이 입을 열었고, 그 결과 노 전 대통령까지 거론됐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박 전 회장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다. 그 아들은 지역에서도 유명했던 신동으로 박 회장이 끔찍이 아꼈다고 한다”며 “수사 당시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검찰이 몇 가지 사실 확인을 위해 귀국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자 박 전 회장 태도가 조금 달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박 전 회장이 수사에 비교적 협조를 잘했다”고 전했다.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을 두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친노 인사들은 그 ‘사정’이 박 전 회장 아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때도 검찰의 이러한 기법(?)이 발휘됐다. 당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정몽구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였다. 수사 도중 정 회장이 중국으로 출국하자 정 부회장을 전격 소환한 것도 사실상 귀국을 종용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일부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던 정 회장은 아들이 소환되자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전두환·이순자는 부모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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