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 벌기는커녕 자본금만 까먹어
관련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관계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각각 900억 원씩 발행해 1800억 원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의 표면적 이유는 셀트리온이 지난 6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 영업 자금 마련이다.
투자 주체는 기존 주주들이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분 50.31%를 보유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900억 원가량을, 나머지는 기존 주주인 원에쿼티파트너스(OEP), 테마섹,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900억 원을 투입한 셈이 된다.
문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자본조달이 연중행사가 됐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이미 2009년과 2011년, 2012년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지난해 조달금액은 무려 2543억 원에 달한다. 1차 발행분 일부는 지난 7월 10일 상환만기일이 도래했고, 2차와 3차 우선주 만기는 2016년 8월 말, 2017년 1월 말 도래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매출 338억 원에 2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45억 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6100억 원에 달하지만, 자기자본은 2355억 원으로 납입자본(납입자본금+자본잉여금) 2824억 원에 못 미친다. 매년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이 ‘마이너스’다보니 차입이나, 외부 자본조달 외에는 돈을 만들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대규모로 자본을 조달한 지 1년 반 만에 또 CB와 BW를 발행한 것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잇단 자본조달로 올해는 빚이 더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다.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외상으로 매입한 제품은 1370억 원에 달한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 300억 원 등을 감안하면 이번 조달로 올해 빚을 더 내야 할 부담은 없어진 셈이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그동안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못 받은 외상값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셀트리온은 올 반기 영업이익 795억 원, 당기순이익 693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 기간 회사로 들어온 현금은 없고 310억 원 이상이 금융비용 등으로 유출됐다. 대부분 매출이 외상이다보니, 이익은 돈이 아니라 외상장부다. 현금 한 푼이 아쉬운 처지다.
실제 7월 56% 급등, 8월 31% 급락했던 셀트리온 주가는 9월 들어 10% 넘게 오르고 있다.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 효과는 이미 7월에 반영됐다고 보면, 현금유입으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셀트리온의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가 실제로 해외 판매에 성공할 경우 셀트리온에 앞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에 매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셀트리온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덩치 큰 제조회사인 셀트리온을 인수하기보다 판권을 통해 이윤만 추구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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