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충남교육감
지난 2월 중순 김 교육감은 2차례의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잔디용 제초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음독 시도를 두고 결백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혐의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인지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지난 4월 24일 첫 공판이 열린 이래로 총 13차례 재판이 진행되면서 교육청 감사 담당 장학사 김 아무개 씨(50)와 김 교육감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 교육감 측 심규황 변호사는 김 장학사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두 차례 번복된 점을 집중 부각했다. 김 장학사는 김 교육감에게 지시를 받은 날을 처음에는 6월 28일이라고 했다가 이를 6월 24일로 번복하고, 다시 5월 10일로 재 번복했다. 또 김 장학사와 노 아무개 장학사의 차명계좌에 2009년 1억 원, 2010년 9000만 원이 각각 입금됐다는 사실을 들어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20기와 21기 시험에도 소위 ‘문제 장사’를 했다는 증거라는 것.
이와 관련해 충남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교육감 본인도 틀을 짜놓고 거기에 날 맞춰간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나”라고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심규황 변호사는 6일 오전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일요신문>에 알렸다. 심 변호사는 “오늘 김 교육감을 접견하고 상의해서 항소장을 직접 제출했다”며 “본인은 억울해 하고 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하면서도 의외로 담담하더라. 한 번 더 다퉈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 변호사는 “음독 시도 이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상에 있다”며 “심각하게 아픈 곳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64세의 고령으로 수형생활을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의 대응에 대해서는 “판결문 원문이 아직 안 나왔다”며 “원문이 나와야 판결이유를 알 수 있다. 원문이 나오면 꼼꼼히 살피고 분석해서 판결이유가 타당한지, 사실관계, 법리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의 항소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경찰조사를 통해 그의 범행 동기가 이미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경찰 수사 발표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자신의 재선을 도왔던 측근들의 보은 인사 및 향후 3선을 도울 인물을 간택해 장학사로 임명한 뒤 선거운동을 시킬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사 시험 비리를 통해 그가 수수한 뇌물은 23기 시험에서 9600만 원, 24기 시험에서 2억 9000만 원 등 총 3억 8600만 원에 달한다. 김 교육감은 이 돈에 자신의 딸 결혼식 축의금 등을 합해 공주에 5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김 교육감이 이번 사건으로 받은 뇌물과 딸 결혼식 축의금 등을 모아 땅을 샀다”며 “언제든지 필요하면 땅을 담보로 대출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측근들의 건의로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번 재판과 관련해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법조계의 동문 후배들이 김 교육감에게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니 결단을 내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 수사 확대를 막으라고 충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김 교육감이 조언을 듣지 않고 연수원 출신 여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뒤에 판사 출신 변호사로 바꿨다”며 “공모를 부인하고 교육감 임기를 마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재판에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교육감 직위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김 교육감이 집행유예나 벌금 부과 정도를 예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결국 경찰이 수사를 확대했고, 재판에서 중형이 내려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충남교육청 내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언급을 꺼리는 쪽과 무죄를 주장하는 쪽으로 양분되는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 A 씨는 “안타깝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을 더 하겠나”라며 “평판이 좋은 분인 것은 맞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는 직원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지만, 현재 좋지 않은 흐름으로 가면서 직원들도 이야기를 안 하는 분위기다. 내부에선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고, 대화 주제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B 씨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면서도 “사적으로는 처벌이 좀 중했던 것 같다. 성폭력 범죄자나 살인자도 아닌데, 중형인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학부형, 도민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다. 온화하고 인정 많으신 분이다. 본인은 일관되게 억울하다고 주장하는데 그만큼 판결에서 부당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하직원들과 법적 공방이 벌어졌는데 그것에서 느끼는 점도 있을 것이다. 교육청 내 많은 직원들이 나와 비슷한 입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일반의 시선은 어떠할까. 학교와 관공서 등을 상대로 수십 년간 물품 납품업을 하는 신 아무개 씨(72)는 “교육 공무원들이 일반 공무원보다 더 부패가 심하다”며 “급료가 약하다 보니 예전부터 부정부패가 많았다. 학교에 납품 한 번 하려면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뇌물은 필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대가 변했는데 의식은 그대로라서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라며 “교육공무원은 아무에게나 뇌물을 받지는 않는다. 정말 자기가 믿고, 자기를 고발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에게만 뇌물을 받는다”라고 피력했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