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만은 양보 못해” 서울시장·경기지사·인천시장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시장의 재선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최준필 기자
다만 최근까지 박원순 시장의 시정 평가나 지지율이 고무적이진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의 지난 6월 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세훈 전임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맞붙을 경우, 오세훈 전 시장 44.3%, 박원순 시장 44.2%로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시장의 인기가 올랐다기보다 그만큼 박 시장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서울시가 8조 원이 소요되는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어떤 후보가 나오느냐에 따라 충분히 탈환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한 전략통은 “박 시장에 대한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어 쉬운 싸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인물 대결에서 밀리는 점을 감안해 당내에서 경선 과정에 변화를 주는 방법도 연구 중인 것으로 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vs 박근혜’ 싸움이 워낙 흥미진진하지 않았나. 그때처럼 당내 대결을 통해 선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끌어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김문수 지사가 불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면서 여야 모두 많은 후보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남경필·정병국·원유철 의원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민주당은 김진표·원혜영·이석현·이종걸 의원, 박기춘 사무총장, 정장선 전 의원 등 경기도 지역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거론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이학재 의원.
인천시장 선거 역시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 7월 <인천일보>와 e윈컴·한길리서치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송영길 시장과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간 양자대결에서 송영길 시장 39.4%, 이학재 의원 39.0%로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주목할 점은 안철수 신당 후보가 선거에 나서 3파전이 됐을 경우, 신당 후보가 30.9%, 이학재 의원이 25.1%, 송영길 시장 22.1% 순으로 안철수 신당 후보가 1위로 올라섰다는 것.
현재 안철수 의원 쪽에서는 인천내일포럼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영복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주당 한 전략통은 “내년 지방선거는 안철수 신당으로 야권표가 분산될 것이 자명하다”며 “민주당 안에서도 내년은 기대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다. 서울시장과 충청도만 사수해도 본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 “수도권보다 짜릿한 승부처” 부산시장·광주시장
김세연 의원, 서병수 의원.
앞서의 새누리당 전략통은 “부산시장 자리는 오래전부터 서병수 의원 강세가 점쳐졌는데 여러 변수가 생기면서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다”며 “김세연 의원이 1위로 올라서자 속이 타들어 가는 의원들이 눈에 띈다. 요즘 PK(부산·경남) 의원들이 부쩍 젊은 티를 내려고 아래 보좌진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평소 관심 없던 분야 정책토론회 축사를 자처해 입지를 넓히는가 하면 프리젠테이션 자료 좀 예쁘게 만들라고 하는 등 긴장감이 돈다”고 전했다.
부산은 김무성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새로운 갈등 양상도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김무성-박민식 밀약설’로 19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김무성 의원이 서병수 의원을 ‘공천 물갈이’의 장본인으로 생각해 박민식 의원을 물밑 지원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무성 의원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발끈하면서도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과거의 계보, 지연, 학연으로 줄 세우기 하는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야권 역시 여론조사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일 <국제신문>·리얼미터에서 조사한 부산시장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권주자 가운데 안철수 의원 최측근인 김성식 전 의원이 16.2%, 오거돈 전 장관(13.4%)과 조경태 민주당 의원(11.6%)을 앞섰다. 새누리당 소장파 출신인 김 전 의원에게 안철수 프리미엄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지역 3선인 조경태 의원이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혀 김영춘 전 의원과 오거돈 전 장관의 대결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안철수 의원 진영에서는 부산시장과 함께 광주시장 선거에 가장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주시장 선거는 민주당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안철수 효과를 최종 평가하는 의미가 담겼다. 장하성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이 후보로 언급되는 가운데 내일 측 기획위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광주전남내일포럼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추석 전 ‘정치결사체’를 구성해, 10월 재·보선을 치른 뒤 내년 2월께 신당을 띄워 6·4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까지 공천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고 알고 있다. 전국 조직화 때는 우리 포럼도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내일의 한 기획위원은 “창당에 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 추석 전후로 정치결사체를 선언한다거나 하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지도 않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우근민 제주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우근민 지사가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에 강지용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경선이 원칙이다. 내가 도당위원장으로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사전 견제에 들어간 분위기다.
위기에 봉착한 것은 최문순 강원지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에 맞서 가장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던 최문순 지사는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MOU(양해각서) 실적 조작과 구단주로 있는 강원 FC 임금 체불 문제 등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면서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
설상가상 19대 총선 이후 강원도 9명 지역구 의원 모두가 새누리당 소속으로 바뀌었다. 당 안에서는 낙승을 예상하며 현역 국회의원이 나서라는 주문이 있는 상황이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사석에서조차 출마 여부에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강원지사 경력이 이후 정치 활동에 이점이 없을 것이라는 고민이 있다. 나 역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바깥에서 인물을 구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당 바깥에서는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육동한 전 국무차장, 이광준 춘천시장, 최흥집 하이원리조트 대표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 변수
2014년 6월 4일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 17명과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225명, 광역의회(시·도의원) 761명, 기초의회(군·구의원) 2888명, 17명의 시·도교육감을 뽑게 된다.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확정될 경우 정당에서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후보를 내지 못하고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기호도 추첨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의 시·도교육감 선거와 같은 방식이다.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은 아직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수정은 불가피하다. 안철수 의원은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더라도 위헌 소지가 남는다. 헌법 제8조 1항의 복수정당제와 정당민주주의의 보장을 들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기초선거에서 정당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기에 반대하는 측에서 헌법소원을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