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증시는 풍작은 아니어도 SK그룹이 기업 가치가 10.9%나 오르는 등 품종별로는 꽤 괜찮은 수확을 거둔 것들도 많다.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소프트웨어가 26.1%, 통신서비스가 25.9%로 단연 돋보였지만, 바로 다음인 자동차(13%), 호텔·레저(10.55%), 조선(7.6%) 등은 멀찌감치 뒤에 떨어졌다. 특히 운송(-17.9%), 에너지(-11.7%), 증권(-10.6%), 필수소비재(-9.8%) 등은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편차가 더욱 크다.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117종목이 수익을 냈다.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한일이화로 146.6%나 폭등했다. 특히 대형주 가운데는 네이버가 127.1% 급등했다. 이밖에 한라비스테온공조(69.2%), 쌍용차(67.8%) 등 자동차 관련주가 최상위에 포진했고,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는 LG하우시스(67.3%)와 LG유플러스(59.6%)로 가장 두드러진 수익률을 보였다. 호텔신라(48.8%)와 KCC(48%)도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는 발군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뚜기(70.5%), 종근당(70%), 아이에스동서(56.2%), 대웅제약(45.9%), 동원F&B(43.9%), 무학(42.6%) 등 음식료, 제약 등 내수주의 성과도 눈부셨다. 박스권 장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업종이 주목받은 까닭이다.
초대형주 가운데는 SK텔레콤이 40%나 급등해 가장 눈에 띄었는데, 모바일서비스 시장 호조가 박스권 장세에서 배당주와 통신주의 매력이 겹쳐 부각된 덕분이다. 모바일과 통신이란 요소를 갖췄음에도 유선부문으로 인해 2%대 상승률에 그친 KT와는 대조적이다.
반면 83개 하락종목 가운데 에이블씨엔씨(-51.5%), 삼성엔지니어링(-45.7%), 현대엘리베이터(-40%), 대한항공(-37.7%), 카프로(-33.7%), LG상사(-29.7%), GS건설(-29.2%), 현대증권(-27.1%), STX엔진(-26.5%) 등은 주가의 4분의 1 이상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 가운데 미디어플렉스(195.6%), 리홈쿠첸(159.4%), 휴온스(100%), KH바텍(93.8%) 등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총 상위 중에는 서울반도체(57.4%), KG이니시스(55.5%), GS홈쇼핑(47.3%), CJ E&M(44.5%) 등이 40% 이상의 수익을 안겨줬다. 반면 오리엔탈정공(-55.5%), 컴투스(-43.9%), 게임빌(-43.4%) 등은 반토막 가까운 부진을 보였다.
회계조작 논란과 신제품 개발, 그리고 해외매각 등의 재료가 뒤엉켰던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급등락을 거듭했지만, 결국 주가는 연초수준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룹별로는 SK그룹이 총수 부재 속에서 아이러니하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의 선전으로 그룹 가치가 10.9%나 올랐다. 연초 부진했던 현대차도 최근 주가반등에 성공한 덕분에 그룹 시가총액이 8.4% 불어났고, 현대중공업그룹도 최근 되살아나는 조선주가 덕분에 가치가 6.6% 높아졌다. 반면 GS그룹은 GS건설 부실로 인해 그룹가치도 7.6%나 쪼그라들었고,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도 가치가 6.3%나 줄었다.
부동의 재계 1위인 삼성도 삼성전자의 예상 밖 주가 부진에다 삼성엔지니어링 등 유망종목의 뒷걸음으로 기업가치가 4% 감소했다. 금액으로만 12조 원에 달한다. 주당 153만 30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 원으로 처진 게 주요 원인이다. LG그룹은 가치가 1.5% 오르는 데 그쳐, 4위 SK와의 시총 격차가 6000억 원대로 좁혀졌다. 김승연 회장 구속으로 경영공백을 겪고 있는 한화도 기업가치가 2.5% 뒷걸음질 쳤다.
최열희 언론인
국내 우선·중소형주 두각 해외 일·미·베트남 돋보여
우선주와 배당주를 제외한 일반주식 투자부문에서는 한국투자밸류운용 펀드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이 운용사의 간판 10년투자펀드는 연초 이후 12.29%의 높은 수익률로 일반주식에 투자하는 운용액 1조 원 이상 펀드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펀드와 유사한 전략을 펼치는 KB운용의 밸류포커스펀드도 8.23%의 수익률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앞섰다.
해외주식형펀드에서는 일본펀드의 성과가 단연 돋보였다. 한화운용과 신한BNP파리바운용, KB운용, 삼성운용 등의 일본 주식투자 펀드들은 30%가 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일본 경제 회생 기대감으로 증시가 크게 오른 덕을 본 것이다. 미국 투자펀드들도 일본에는 못 미치지만, 국내 주식형펀드보다는 나은 성과를 냈다. JP모간, 한국운용, 피델리티, KB운용, 신한BNP파리바, AB(얼라이언스번스타인)운용, 미래에셋운용의 미국펀드들이 20%가 넘는 수익을 냈다. 국내 주식형펀드 상위 1%와 맞먹는 성과다.
해외주식혼합(주식+채권) 펀드 가운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베트남펀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최근 베트남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동양운용, KB운용, 미래에셋운용 등은 2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까지 각광받던 해외채권펀드들은 초라한 성적표에 머물렀다. 브라질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해외채권펀드는 -10%를 넘는 손실을 보인 경우가 수두룩했고, 대부분의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렀다. 선진국에 투자하는 열 개 남짓한 펀드가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지만, 그 폭이 많아야 4%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