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주장에 따르면 배씨를 직접 살해한 것은 자신이 맞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따로 있다는 것. 그동안 이 사실을 혼자 담아두고 있었다는 전씨는 “이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최근 ‘폭탄선언’을 해 귀추가 주목된다. 전씨의 이같은 주장에 검찰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강원도 원주교도소에 수감중인 전씨는 실제로 지난 18일 오전 춘천지검 원주지청에서 이 문제로 소환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모 검사가 그가 재수사를 원하는지 여부와 증거확보 여부를 묻는 등 간단한 조사를 벌였다는 것. 과연 전씨의 폭탄 발언이 검찰수사로까지 비화되는 걸까.
▲ 연예인 매니저 배병수씨(작은 사진) 살해범 전 용철씨가 사건 당시 경찰에 이끌려 현장검증을 받고 있다. | ||
─ 당신의 얘기가 언론에 알려진 사실을 알고 있나.
▲ 당혹스럽고 불쾌하다. 친한 형님이 면회 왔을 때 모르는 기자가 따라왔다. 그리고 별다른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기사가 나갔다. 편지도 민주당에서 보좌관을 지내던 형님에게 보낸 것인데 어떻게 공개됐는지 모르겠다. 착잡할 따름이다.
─ 재수사를 원하는 이유는.
▲ 살인을 저지른 것은 나지만 살인을 하게 된 배경은 따로 있다. 이젠 진상을 밝히고 싶다.
─ 사건이 벌어졌던 94년 12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그 사람’을 위해서 했다. ‘그 사람’이 차 안에서 여자문제와 이중계약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배병수를 죽여주면 평생 은인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전씨가 ‘그 사람’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데다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주장이므로 지면에 옮기지 않았음을 밝힌다)
─ 혹시 증거를 확보하고 있나.
▲ 당시 녹음을 하거나 증거를 남겨둘 상황이 아니어서 (증거는) 비록 없지만 그때 오갔던 말이나 정황을 살펴보면 (내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증거도 없이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 알고 있다. 설령 (그 사람이) 나를 무고죄로 고소해서 벌금형을 받는다거나 형량이 추가된다고 해도 억울함이 풀릴 수만 있다면 끝까지 한 번 해보고 싶다.
─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 내가 10년이나 15년 형만 받았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냥 묵묵히 버텼겠지만 면회 한 번 오지 않고 주위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자꾸 들려 결심을 굳히게 됐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뭔가.
▲ 이제 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와서 면회를 온다고 해도 진심으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일이 이렇게 틀어지기 전에 찾아와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오늘 검찰에 소환됐던 것으로 아는데.
▲ 모 검사가 불러 내가 재수사를 원하는지, 증거는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래서 내 입장을 그대로 설명했다. 전씨가 배병수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2년. 당시 탤런트의 꿈을 키우고 있던 전씨는 매니저 배씨를 직접 찾아가 일자리를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 94년에는 배씨의 주선으로 정지영 감독의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전씨는 연예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배씨가 더 이상 돌봐주지 않자 다른 탤런트의 매니저를 사칭하고 다니다 배씨에게 발각돼 폭행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고 연예관계자들은 전한다.
전씨 본인 또한 배씨를 죽인 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살해동기에 대해 “직접적으론 배씨에게 당한 수모를 갚자는 감정과 돈이 필요한 처지 때문이었다. 얼마 전 파티에서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배씨가 내 뺨을 때린 것이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연예관계자의 전언이나 언론과의 일문일답을 살펴보면 범행동기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요컨대 ‘배씨에 대한 뿌리깊은 원한’ 때문에 살해를 결심했다는 것. 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지 8년이 지난 지금, 전씨는 그때의 진술과는 달리 살해의 배후가 있었다는 새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의 말대로 과연 배병수 살해사건의 숨겨진 ‘진상’은 따로 있는 것일까. 원주=최성진 기자 vanita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