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S증권 과장으로 재직했던 금씨는 지난해 4월부터 수회에 걸쳐 허수주문을 내 주가조작을 시도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금씨는 또 지난해 증권사 고객들로부터 거액의 투자자금을 유치해 개인 채무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그후 1년 넘게 도피생활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 9월30일 위조여권을 갖고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공항 직원에 적발돼 현재 인천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증권사에서 근무할 당시 뛰어난 실적을 자랑했다는 금씨.
그가 자신의 신분마저 속인 채 초라한 도피행각에 나서야 했던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금씨의 직접적인 구속 사유가 된 혐의는 다름아닌 여권법 위반. 검찰에 따르면 금씨는 지난 8월 미국으로 도피할 마음을 먹고 여권 위조 브로커로부터 미국여권을 구입했다고 한다.
금씨 역시 검거 직후 “수배가 모두 7건인데 나름대로 수습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안돼서 해외로 도피하려 했다”며 순순히 범행사실을 시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촉망받는 증권맨이었던 금씨에게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당시 S증권측이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강남지역 지점 주식영업과장으로 근무하던 금씨가 수차례에 걸쳐 자기매매를 한 사실을 적발했던 것. 물론 증권사 직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에서 징계를 받은 금씨는 2001년 2월6일자로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금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같은해 5월 또다시 ‘일’을 낸다. 자신이 이미 A씨에게 서류상 매도한 주식을 제3자에게 다시 매도한 것. 공교롭게도 A씨는 상장을 앞두고 있던 5천만원 상당의 이 주식을 B씨에게 5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결과적으로 B씨는 실체가 없는 주식을 5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들인 셈이었다. B씨는 지난해 11월 금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금씨는 비슷한 시기에 C씨로부터 “코스닥 상장을 앞둔 주식에 투자하면 많은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며 6억원 상당을 투자받기도 했다.
하지만 ‘미다스의 손’이라는 금씨의 명성만 믿고 거액을 투자한 C씨는 이 돈을 몽땅 허공으로 날리고 만다. 이렇게 되자 C씨는 “금씨가 주식에 투자하는 대신 자신의 개인 채무변제에 내 돈을 임의로 사용했다”며 금씨를 고소했다.
이 고소인들의 피해 규모는 대략 11억원선. 물론 이 같은 액수도 일반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금씨의 ‘배경’을 살펴보면 과연 그가 가족마저 버린 채 혈혈단신으로 도피행각을 벌여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알려진 바와 같이 금씨의 아버지 금진호 전 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손아랫동서로 6공시절 ‘재계의 대부’로 불릴 만큼 경제부처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비록 현재는 요직에서 물러나 있지만 11억원 때문에 아들을 구치소에 보낼 정도로 녹록한 집안이 아니라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현재 인천지검 조사부에서 수사중인 금씨의 주가조작 혐의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담당검사는 “지난달 중순께 서울지검에서 서류를 넘겨받아 아직 자료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어느 정도 조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피해 액수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인천구치소에 수감중인 금씨는 지난해 벌어졌던 11억원 ‘횡령 사건’에 대해 “B씨가 횡령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미 팔았던 주식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고, C씨에게 투자받은 6억원은 실제로 주식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경우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 전 장관은 기대가 컸던 둘째아들의 구속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린다 김’ 연서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로서는 이래저래 또 한번의 낭패를 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