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는 것. 자신을 ‘살인 공범’으로 몰아가고 있는 ‘친정(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한 강한 ‘항의’의 표시인 셈이다. 검사 신분에서 하루 아침에 피의자 신세로 전락한 홍 전 검사는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꺼낸다고 한다.
그를 면회한 가족과 변호인 등의 전언을 통해 옥중 심경을 들어봤다. 홍전 검사의 큰형인 준영씨(48)는 동생이 수감된 후 두 번 면회를 다녀왔다. 대구에서 의료기기 유통업을 하는 준영씨가 첫 번째 면회를 갔을 때, 홍 전 검사는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꿈꾸고 있는 것만 같다”며 눈앞에 펼쳐진 ‘악몽’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한다.
홍 전 검사는 또 “형님, 너무 걱정 마시고, 대구에서 여기까지 오다가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 자주 면회오지 말라”며 오히려 준영씨를 챙기더라는 것. 그러면서 “엄마 잘 보살펴달라. 그렇지 않아도 건강이 안 좋으신데 놀라게 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67) 걱정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 얘기를 할 때는 또다시 홍 전 검사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고. “원체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동생이기에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며 준영씨도 울먹였다.
준영씨가 두 번째 면회를 다녀온 것은 지난 15일. 새벽 5시 대구를 출발, 오전 10시 반께 성동구치소에 도착했다. 기다림의 시간만큼 할 얘기도 많았지만 5분 정도의 짧은 면회시간 동안 서로의 안부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홍 전 검사의 어머니도 처음 면회를 갔다. “경령이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다”며 준영씨와 함께 상경했던 것.
어머니는 면회실로 나오는 수척해진 막내아들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렸다. “의사나 돼 가지고 돈이나 벌지, 왜 검사 한다고 해서 이런 꼴을 당하느냐”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 앞에서 홍 전 검사는 그저 “어머니,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준영씨는 “경령이가 잠도 잘 못 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해선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밤잠을 설친 데다 눈물을 많이 흘려서인지 눈가가 부어 있었다는 게 준영씨 전언. 준영씨는 “솔직히 제 동생한테 돌을 던질 수 있는 공직자는 없다”며 “부하직원의 실수니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표를 쓰면 몰라도 어떻게 살인 공범으로 함께 몰 수 있냐”고 비통해했다.
홍 전 검사는 구속되기 직전 준영씨한테 전화를 걸어 흐느끼는 목소리로 “내가 일제시대 고등계 형사처럼 매도당하고 있다”며 자신을 둘러싼 미묘한 기류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홍 전 검사의 아내는 임신 3개월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의 매일 면회를 다녀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며칠 전 홍 전 검사는 아내에게 불쑥 “너무 자주 면회오지 말라”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다음날 면회를 오자 “일도 바쁘니까 자주 면회오지 말라는데 왜 자꾸 오느냐”며 벌컥 화를 냈다는 것.
홍 전 검사와 5년 전 연애결혼한 부인은 현재 서울대학교 미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대학 시간강사로 나가고 있다. 게다가 두 딸(두 살•다섯 살)도 직접 돌봐야 한다.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홍 전 검사였기에 아내의 잦은 면회를 막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령이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제수씨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것 같다”는 게 준영씨의 짐작. 홍 전 검사 부인은 시댁 식구들 앞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애 아빠를 믿는다. 애 아빠는 고문을 지시할 성격이 아니다.
이런 사람을 살인 공범이라고 지탄하는 건 너무 심하다”며 연신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무료 변론에 나선 홍 전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29명 가운데 박재영 변호사도 자주 면회를 가는 편이다. 박 변호사는 “홍 검사는 피의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잘못됐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을 살인 공범으로 모는 것에 대해서는 분해서인지 울더라”고 전했다.
한편 얼마 전 홍 전 검사가 수감된 성동구치소에서 장시간 면회를 하고 돌아온 관계자에 따르면, 홍 전 검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방향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아직 울분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난 이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며 ‘와신상담’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검사에게 적용된 ‘독직폭행’ 혐의의 형량은 최하 징역 3년에서 최고 무기징역. 홍 전 검사는 담당검사로서 자신의 책임은 통감하지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 앞으로 재판에서 뜨거운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 전 검사 또한 최근 들어 조금씩 감정을 추스르면서 재판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단독] 김용현 전 국방장관 "민주당이 내란 수준, 대통령은 자식 없어 나라 걱정뿐"
온라인 기사 ( 2024.12.06 09:13 )
-
그날 밤 출동 계엄군도 처벌받나…내란죄 처벌 적용 범위 살펴보니
온라인 기사 ( 2024.12.06 15:32 )
-
[단독] '김건희 풍자' 유튜버 고소대리…대통령실 출신 변호사, 변호사법 위반 논란
온라인 기사 ( 2024.12.10 1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