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위)과 협죽도를 파는 쇼핑몰. 독초라고 할지라도 관상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규제할 방법이 없다. 원 안은 투구꽃. 사진제공=산림청
하지만 김 씨의 사망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김 씨 사망 후 박 씨가 김 씨의 명의로 된 사망보험금 28억 원을 보험사에 청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씨가 보험 가입 26일 만에 사망한 점, 사망 8일 전 보험 수익자가 김 씨에서 박 씨로 바뀐 점도 의심쩍은 부분이었다.
결국 경찰은 김 씨가 왜 사망했는지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박 씨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통해 ‘협죽도’, ‘협죽도의 독성분’, ‘협죽도를 복용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 등을 검색한 흔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초로 유명한 협죽도를 지속적으로 검색한 정황과 더불어 박 씨가 이를 검색한 시점은 김 씨가 사망보험을 가입한 직후였다. 경찰은 박 씨를 구속해 조사를 시작했고 박 씨의 끔찍한 행각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숨진 김 씨는 박 씨와 10년 정도 알고 지내면서 ‘의자매’를 맺은 사이였다. 무속인인 박 씨는 김 씨에게 지속적으로 무속신앙을 믿게 했고, 김 씨는 박 씨에게 정신적으로 상당히 많이 의존했다고 전해진다. 박 씨는 김 씨의 이러한 점을 악용해 지난해부터 “세상 살기 힘드니 함께 죽자”고 동반 자살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박 씨의 계략이었다.
박 씨는 지난해 9월 14일 김 씨가 사망 보험에 가입한 직후부터 ‘협죽도’와 ‘투구꽃’의 잎과 줄기를 달여 김 씨에게 마시게 했다. 박 씨를 신뢰했던 김 씨는 박 씨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가 결국 한 달쯤 지난 후 독성에 중독돼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한국토종약초 연구소 이상기 사무국장은 “투구꽃은 예전에 조선시대 때 사약원료로 썼던 독초다. 섭취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배가 아프다가 이후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혈액순환이 안 되면서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투구꽃에 함유된 ‘아코니틴’은 입과 혀를 굳게 하거나 사지를 뒤틀리게 하는 효과가 있어 5g만 먹어도 위험한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사망 당시 김 씨의 시신은 빳빳하게 굳었고 입 주변에는 피를 토한 자국이 있는 상태였다.
협죽도. 사진출처=문화콘텐츠닷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형 인터넷 쇼핑몰의 식물 판매 카테고리에서도 투구꽃 및 협죽도와 관련한 판매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A 인터넷 쇼핑몰은 ‘최고품질, 최고가격’, ‘5% 즉시할인’을 내놓고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된 또 다른 개인 인터넷 쇼핑몰은 협죽도가 470개나 팔려나가는 등 그 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독초라 할지라도 관상용이나 조경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는 불법이 아니므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독초를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도 흔치 않기에 인터넷 판매도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독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독성 때문에 얼마든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협죽도의 경우 독성물질인 ‘리신’이 식물 전체에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산가리의 6000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진 리신은 성인에게는 치사량이 극히 미량인 18㎎에 불과한 강력한 독성물질이다. 원광대 원예학과 허북구 교수는 “투구꽃이나 협죽도는 어린이의 경우 미량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며 “특히 인터넷을 통한 거래는 구매자와 사용 목적 등을 정확히 확인한 뒤 판매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독초에 대한 위험성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범죄에 악용됐을 경우 ‘완전 범죄’를 가능케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독초 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전문의 또한 단순한 급성 심장마비로 결론을 내릴 정도로 독초 사용 가능성을 유추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초반에는 독초를 사용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검색 기록 등 여러 정황에 비추어 결국 협죽도를 사용한 것을 밝혀냈다. 너무나 이례적인 사건이었기에 수사 과정에서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독초와 관련한 범죄의 위험성으로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도 독초와 관련한 연구를 시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과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협죽도의 성분 및 그 독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연구를 시행했다”며 “부검 시 독초를 먹었는지 여부에 대한 연구 결과는 곧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협죽도와 투구꽃 외에도 여러 다양한 독초들도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섭취할 경우 중추신경 마비로 사망할 수 있는 ‘디기탈리스’, 접촉만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잉글리시 아이비’ 등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들이다. 이러한 독성을 가진 식물들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경고 문구가 나타나 있지 않는 한편, 일부 위험 표시가 있더라도 구입할 수 있는 수량은 제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 허북구 교수는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독초와 관련한 독성 정보가 은밀히 퍼져 호기심에 독초를 개나 고양이에게 먹여 실험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며 “인터넷 쇼핑몰에 독초와 관련한 주의 사항이 확실하게 명시될 필요가 있고 협회 차원에서 독초와 관련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