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에 보관하던 거액을 부인이 몰래 빼내 가출했다면 이혼 사유가 될까. 재판부의 판결은 “된다”였다.
서울고법 가사3부(재판장 이승영)는 A 씨가 부인 B 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B 씨가 여행을 핑계로 집을 비운 뒤 돈을 들고 가출한 점을 볼 때 애정과 신뢰관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연매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회사를 운영했던 A 씨는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며 부인과도 큰 문제없이 지냈다. 하지만 부인과 상의 없이 경영권을 둘째 아들에게 넘겨준 게 화근이 돼 불화를 겪었다.
작년 1월 두 사람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으나 부인 B 씨는 친정어머니가 아프다며 혼자 먼저 귀국했다. 그러나 B 씨는 남편이 집에 보관하던 수표 다발을 챙겨 집을 나갔고 남편을 상대로 이혼, 재산 분할 소송을 냈다.
B 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회사 차명계좌를 국세청에 제보하겠다' '검찰에 재산 국외 도피 수사 의뢰를 하겠다'며 남편을 협박했고 이에 A 씨도 헤어질 결심을 품고 맞소송을 냈다.
그러나 돌연 B 씨가 마음이 바뀌어 함께 살자고 나섰다. 이에 1심 재판부는 B 씨가 혼인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자는 점 등을 들어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2심 재판부는 이미 혼인관계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혼 판결을 내렸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