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홍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오빠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인 박상희 씨의 아들로 한때 TK지역을 주름답던 거물급 정치인이었다. 박 씨는 2010년 3월경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친박연합’이라는 정당을 설립해 직접 대표를 맡으며 주목받았다. 당시 박 씨와 일했던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박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사랑하는 조카였다. 스물 몇 살에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하고. 나도 그 사람하고 잘 알아서 다녔는데, 주 씨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걸려서 감방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박 씨와 주 씨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박 씨가 자민련 경북도당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자민련 초장기 시절부터 발을 담그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주 씨와 자연스레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의 만남이 ‘악연’으로 급전환된 시기는 2010년 무렵. 박 씨는 2010년 5월 여의도 모처 한 카페에서 주 씨를 은밀히 만났다. 당시 만남에서 박 씨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친박연합’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1순위 후보로 공천받고자 했던 주 씨에게 “2500만 원 정도가 급하게 필요하다”며 공천 대가로 돈을 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이에 주 씨는 박 씨와의 만남이 있고 난 직후인 2010년 5월 20일 경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1순위 후보로 공천된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주 씨는 2010년 5월 14일, 15일 양일에 걸쳐 자신의 남동생을 통해 박 씨에게 현금 1000만 원, 2000만 원을 각각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주 씨는 공천 대가로 박 씨에게 3000만 원을 건넨 혐의가 인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앞서의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종국엔 서로간의 ‘불편한’ 일은 있었지만 주 씨와 박 씨가 10여 년 넘게 무척 친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도 왕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아이를 ‘채동욱 검사의 아들’이라고 언급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조카가 채 전 총장과 내연관계라고 추정되는 정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주 씨가 주변의 절친한 이들에게 사전에 귀띔했을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을 제기해볼 만한 대목이다. 주 씨와 한 현직 국회의원과의 관계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주 씨와 함께 자민련 여성부 일을 함께 해왔다’는 정 아무개 씨는 “(주 씨와) 모 국회의원과 친하다. 어느 모임에서 (모 의원이 주 씨를) ‘누님’이라 하고, 아주 친한 사이라고 주 씨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주 씨의 주변인에 의하면 최근 주 씨에게 앞서의 모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거기 엮이지 마세요. (기자들이) 저한테도 그럽니다’라고 충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사건은 주 씨와 그의 조카인 임 씨를 둘러싼 파장에 정치권 실세 인사까지 엮여들며 의혹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일요신문>은 26일, 27일 양일에 걸쳐 앞서의 국회의원과 박준홍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