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그간 검찰은 캠코와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지난달부터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실무 절차를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미술품 등 압수품에 대한 공매 절차를 검토하는 한편, 해당 유형별로 높은 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온 것. 검찰은 “공매를 통해 좋은 가격에 팔리면 매각 대금은 국고로 환수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공매는 검찰의 의뢰에 따라 캠코가 진행하는 형태다. 캠코가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내린 후 공고를 내고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것이다. 공개경쟁입찰은 온라인 공매시스템 온비드(www.onbid.co.kr)에서 오는 11월 25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캠코 측은 올해 안에 매각 대금까지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공매 절차에 들어가는 삼남 재만 씨 명의의 신원플라자 빌딩. 일요신문DB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부동산인 만큼 유찰은 쉽게 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미 재산 환수가 대대적으로 이슈화됨에 따라 그만큼의 ‘광고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일반인의 경우 쉽게 공매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공매 시장의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에 공매가 진행되는 두 건의 부동산뿐만 아니라 향후 어떤 재산이 공매로 처분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검찰이 대대적으로 압수한 ‘미술품’과 관련한 공매 여부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같은 미술품들이 ‘곧’ 공매 시장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600여 점의 미술품을 압류한 바 있다. 이 중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여인’이나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의 유명 미술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공매가가 어느 정도 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부터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술품이 만약 모두 공매 처분될 시 100억 원 상당의 추징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장남 재국 씨가 미납추징금 자진납부 계획을 밝히는 모습. 구윤성 인턴기자
검찰은 공매 처분을 진행하면서 “가격 하락에 대비해 상품성 있는 물건부터 차례로 내놓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부동산과 미술품을 공매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 일가에서 처분할 수 있는 공매 자산, 즉 부동산과 미술품의 평가액은 1348억 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를 모두 공매로 처분한다면 공매 낙찰가를 감안해 9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평가액보다 400억 원가량의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공매로 인한 추징금 환수의 ‘공백’은 향후 검찰의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국가가 세금 받기 위해 진행
흔히 개인이나 법인이 돈을 받기 위해 부동산을 팔아 달라고 법원에 의뢰하는 ‘경매’와는 달리 공매는 대부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받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즉 고액체납자의 경우 국가가 직접 나서서 공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최근에는 캠코의 체납징수 업무가 강화되면서 검찰 등 각 기관이 공매를 의뢰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지난 2009년 검찰이 압류한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비상장주식 776만여 주를 공매해 923억 원에 매각한 사례다. 지난 6월에는 서울시가 ‘5공 비리 큰손’ 장영자 씨의 8억 2000만 원에 달하는 세금체납액을 공매를 통해 징수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캠코 공매를 통해 국고에 환수된 금액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에는 3825억 원, 2011년에는 4549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장영철 캠코 사장은 “캠코는 압류재산 공매를 통해 매년 약 4000억 원 규모의 국가재정 수입에 기여하고 있다”며 “공매업무와 관련해 검찰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미납된 추징금이 국고로 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