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30일 이회창 전 총재가 SK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우선 대선자금 수사와 이회창 전 총재의 함수관계가 문제다. 한나라당의 ‘셈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최병렬 대표는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로 당을 심하게 옥죌 경우 최후의 카드로 이회창 전 총재를 희생타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당내에 남아 있는 친창 그룹 때문에 섣불리 ‘창’카드를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노무현 대통령과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경우 초강수로 ‘창을 내놓겠다’는 전략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결코 노 대통령도 대선자금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법 자금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선거무효 시비도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니 노 대통령측에서도 섣불리 대선자금 전부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노 대통령의 ‘갈 데까지 간다’는 의도를 안일하게 받아들인 결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정치권에 흙탕물이 튀면 튈수록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쪽이 한나라당이며 여론도 결코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2월 이회창 당시 후보의 유세 장면. | ||
이 전 총재의 특보를 지낸 한 인사는 “이 전 총재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실수를 했다. 차라리 그때 이 전 총재가 자신이 간접적으로 비자금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검찰에도 자진 출두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그렇다면 검찰도 이 전 총재를 수사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전 총재가 감옥에 가게 되면 일시에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인사는 “그럴 경우 노 대통령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이 지워졌을 것이다. 이 전 총재는 이런 기회를 너무 빨리, 그것도 잘못 써버려 앞으로 쓸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고 내다보았다. 당 지도부 일각의 셈법과는 달리 ‘창’ 카드가 크게 약발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