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의 신분에 대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7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순간부터 무국적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것. 우리나라 법률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한 순간부터 한국 국민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김 전 회장처럼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고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이중국적자가 약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무부 법무과 한 관계자는 “김우중 전 회장은 지난 87년부터 한국 국적을 상실했기 때문에 한국사람이 아니다. 당사자가 국적상실신고를 하기 전에는 법무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각 정부에 개별적으로 문의해서 확인할 수 있다. 김 전 회장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경찰청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사실일 것이다. 국적처리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신고사항이다. 숨기고 있으면 법무부에서 모른다.
하지만 신고를 안하더라도 강제조항이 없다. 이미 한국 국적을 버린 외국인에게 법적으로 강제 제재를 할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 국적을 상실했기 때문에 외국인인데 우리나라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이 맞지 않다. 호적 변경사항은 1개월 내로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낸다. 하지만 국적상실신고는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 김우중 전 회장이 한때 기거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니스의 별장. | ||
“유럽 현지 김 전 회장 측근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지난 87년 당시 소련 동구권 등지에 ‘미션’이 있어 입국해야 하는데 한국 여권으로는 곤란했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 프랑스 국적 취득 허가를 요청했다. 그래서 우리 정부의 ‘내락’을 받고 파리 지사에서 프랑스 국적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동구권이 무너졌기 때문에 그게 필요가 없었다. 물론 프랑스 정부에서 국적취득을 허가했겠지만 김 전 회장은 한 번도 프랑스 국적획득절차를 밟은 적이 없다. 우리는 김 전 회장이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물론 김 전 회장은 프랑스 여권도 없다.”
김 전 회장측이 프랑스 국적을 보유한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무부 법무과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신의 국적취득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특히 유명한 대기업의 총수가 이중국적자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신분조회 결과 김 전 회장이 2003년 1월3일 현재 우리 정부에 국적상실신고를 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법적으로 명백한 이중국적자 상태다.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이 프랑스 여권을 사용해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했을 가능성은 있을까. 이에 대해 유럽의 한 대사관 관계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의 여권 발급 업무는 우리나라처럼 외교부가 관장하지 않고 각 도청에서 관장하고 있다.
국민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내무부 산하 ‘도청’에서 주민증과 면허증, 여권 등을 발급해주고 있다. 프랑스에는 약 1백 개의 도청이 있다. 김 전 회장이 한때 프랑스 휴양지 니스에서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여권이 있다면 그곳 도청에서 여권을 발급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확실한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 김 전 회장같이 전 세계로 도피중인 사람이 프랑스에 주소지가 있었겠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분 노출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여권을 발급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 전 회장은 현재 프랑스 여권을 소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2일 한국 여권이 만료되는 순간부터 국제적인 ‘불법 여행객’으로 전락한 셈이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