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친MB 기업으로 알려진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부품소재전시회에 참석해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대화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올해 초 박근혜 정부 탄생을 전후해 검찰이 효성을 첫 번째 ‘전 정권 혜택 기업’ 손보기 대상으로 올려놓고 대대적인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 바 있다. 최근 검찰이 효성 수사에 다시 목숨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효성도 초긴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효성일까.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효성이 현재의 처지에 이르게 된 핵심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국감’ 효과 △‘채동욱 전 총장의 사퇴’ △‘박근혜 정권의 등장’이 효성 입장에선 큰 악재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은 지난 17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검찰이 효성을 두고 벌여온 수사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 구하기’식 수사라고 격하하는 등 강한 공세를 펼쳤다. 서 의원은 “효성을 두고 수년 전부터 비자금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2009년 9월 ‘효성이 해외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효성중공업 간부 개인비리로 종결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효성 총수 일가의 차명재산 보유, 해외 부동산 구입 의혹 등이 제기됐고, 검찰 내부에서 ‘효성 일가의 위법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긴 범죄 첩보 보고서도 만들어졌지만 재수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서 의원은 “2010년 7월에도 조석래 회장의 장남 현준 씨와 3남 현상 씨가 해외법인 자금으로 콘도 등 해외부동산을 구입한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검찰은 구입 자금이 비자금임을 부인했다”며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효성 수사는 늦어도 한참 뒤늦은 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효성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 효성에 대한 자료는 넘쳐난다. 2009년부터 쌓아 둔 기존의 첩보를 한데 묶어 수사할 것이라고 들었다”며 과거 주춤거린 수사로 실추된 검찰 명예를 분명히 회복하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나타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효성을 둘러싼 주요 혐의인 탈세 이외에도 비자금 조성 혐의까지 수사가 추가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임도 효성 수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윤대진 검사를 필두로 한 효성 담당 수사라인은 과거 검찰의 이른바 ‘효성-덮어주기’ 식 수사가 정계로부터 지적받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초강도 수사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한 말로 이번 국감에서 과거 검찰의 기업 수사에 대한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건 아니다. 특수계 출신인 채동욱 전 총장 취임 후 펼쳐진 기업수사는 과거의 그것과 상관없이 강도 높은 수사였다. 채 전 총장은 떠났지만 남아있는 특수계 라인들이 ‘수사’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수계 출신 수장 밑에서 강하게 트레이닝을 받아온 특수계 검사들이 이번 국감에서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심기일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전직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엮여있는 효성이 검찰의 초강도 수사의 최우선 대상에 필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신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1차적으로 공격해 정권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정치권의 공식이기도 하다. 효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을 맺은 이른바 ‘MB 기업’으로 이번 효성 건은 수사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감에서의 검찰 압박과 채 전 총장의 사임 등이 검찰 내부의 특수통들을 자극하고 있는 데다가 박근혜 정부의 전 정권 정리 슬로건에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검찰은 이번 효성 수사 건을 통해 수사력의 ‘백미’를 보여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난 6년간 보이지 않는 ‘보호’를 등에 업어왔다는 평가를 받아 온 효성, 이제 그 효력이 다 한 걸까. 현재로선 효성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