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와 장물아비가 분실 휴대폰을 거래하는 데 10대 ‘딸랑이’들을 수집책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중고 스마트폰의 중국 등 밀반출 범죄가 늘어나면서 분실 핸드폰을 노린 장물아비들과 택시기사들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장물업자들이 택시기사로부터 사들이는 핸드폰은 주로 승객들이 부주의로 택시에 두고 내리는 분실물들이다. 장물업자들은 앞서 설명한 대로 수집책인 딸랑이들을 고용해 택시를 향해 스마트폰 액정 불빛을 흔들게 하고, 분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택시기사들은 그들에게 접근해 돈을 받고 파는 수법이다.
그렇다면 택시기사들이 분실 휴대폰을 팔면서 장물업자들에게 얼마를 받게 될까. 택시기사 최 아무개 씨는 “언론에서는 휴대전화 한 대에 10만 원에서 20만 원선까지 거래된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많이 받아야 10만 원이고, 5만~6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길에 서서 직접적으로 택시기사들에게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딸랑이들은 휴대폰 1대를 구입할 때마다 1만~2만 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했다. 이 역할에는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이용됐다. 문제는 이들 청소년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들 10대들은 대부분은 당장 돈이 급한 가출 청소년들이 많다. 그런데 밀수 휴대전화 장물업자들은 지역 조직폭력배들과 연계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수집책으로 이용되는 10대 청소년들은 어느새 빠져나올 수 없는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택시기사들은 2개월 전만 하더라도 서울 한복판 번화가에서도 딸랑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앞서 최 씨는 “서울 강남이나 홍대, 건대 등 취객이 많은 유흥가에서는 500m에 한 명 꼴로 딸랑이들이 서있었다. 한참 많았을 때는 야간조로 일하며 하루에 딸랑이 20~30명은 봤다”고 귀띔했다.
택시기사들도 최근에는 휴대폰을 장물업자들에게 팔기보단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최 씨는 “스마트폰 중국 밀수출이 문제가 되면서 장물 거래에 대해 경찰의 단속이 심해졌다. 심지어 사복 입은 경찰들이 직접 휴대폰 불빛을 흔들며 분실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택시기사들을 적발하는 함정수사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기사들끼리도 모이면 서로 조심하자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은 승객들이 휴대폰을 택시에 놓고 내리면 직접 찾아주거나 우체국에 맡긴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8월 제주지방법원에서는 휴대전화 10여대를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긴 횡령 혐의로 구속된 택시기사 임 아무개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분실 휴대폰 거래는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법인택시를 몰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하루 종일 일해도 하루에 2만~3만 원 벌기도 힘들다. 그런데 손님이 놓고 내린 스마트폰만 장물업자들에게 팔면 며칠 일한 돈이 한 번에 들어온다. 경찰 단속이 심해졌다는 말을 들어도 장물업자들의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