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사진출처=K-SWISS
이날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공개된 두 장의 사진으로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이자 ‘오빠들의 로망’으로 인정받아온 설리와 힙합그룹 다이나믹듀오의 최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된 탓이다. 한낮, 그것도 인적이 많은 서울숲 근처에서 보란 듯이 손을 잡은 둘의 모습은 서로의 사이를 ‘의심’할 만한 증거로 여겨지면서 의혹을 일으켰다. 더 화제가 된 건 무려 14세에 달하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였다.
수지. 사진출처=캐리비안베이
‘국민여동생’ 또는 ‘국민아이돌’로 불린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도 이날 사진이 찍혔다. 사진 속에서 수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정하게 걷고 있던 남자는 모델 출신의 연기자 성준. 둘은 서울 압구정동에서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하는 모습이 한 매체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문제는 수지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린 성준의 다정한 행동. 충분히 ‘연인’으로 오해할 만한 이 사진으로 인해 수지를 응원했던 숱한 남성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 10월 24일
이준
최근 시선을 모은 스캔들의 주인공 수지와 설리는 아이돌 가운데서도 ‘톱스타’로 분류된다. 이들이 맡은 광고 브랜드 개수만 따져 봐도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속사의 철저한 관리 속에 생활할 줄로만 알았던 수지와 설리의 스캔들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 자체만으로도 적잖은 충격파를 남겼다.
물론 스캔들 직후 수지와 설리 소속사가 내놓은 반응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수지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사진에 함께 찍힌 성준은 드라마 <구가의 서>에 수지와 출연하며 친분을 쌓은 사이”라며 연인 관계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설리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더욱 적극적인 해명을 했다. 일반인에게 찍힌 사진 속에서 둘은 손까지 잡고 있었기 때문에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었다. 설리 측은 “평소에 자주 대화를 해오며 친오빠처럼 따르던 음악 선배”라며 “자주 만나 대화를 하는 사이”라고 진화했다.
사실 수지와 설리의 스캔들에서 연예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건 점차 달라지고 있는 아이돌 스타들의 ‘생활’ 단면들이다. 인파가 많은 번화가에서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즐기고, 살가운 스킨십까지 하는 행동은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배우 여러 명과 가수가 소속된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과거 아이돌 그룹에겐 연애 금지령이 있었다. 대부분 어린 나이에 데뷔해 활동하기 때문에 이성교제처럼 민감한 부분은 조심하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바뀌는 건 소속사들의 달라진 태도도 한몫을 했다. 이 대표는 “요즘은 아이돌도 자신의 사적인 생활을 비교적 자유롭게 즐긴다. 사생활 관리를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편이라서, 외부에 이들의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이돌 스타 중 자신의 연애 사실을 당당하게 인정하는 경우는 늘고 있다.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소연은 최근 가수 오종혁과 데이트를 즐기는 사진이 공개되자 곧바로 “3년 동안 연애해온 사이”라고 인정했다. 소연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1000일이 넘도록 교제를 해왔고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며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연애하고 싶다는 뜻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는 16세 연상 토니안과의 교제 사실을 인정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아이돌의 변화는 연애에서만 나타나는 이색 현상은 아니다. 연기활동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띤다. <배우는 배우다>로 영화 주연을 처음 맡은 이준의 선택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배우는 배우다>에서 이준은 노출을 겸한 파격적인 베드신을 소화했다. 주요 팬층이 10대 청소년인 아이돌 스타로서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연기였다. 그런데 이준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며 “<배우는 배우다>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의욕을 보였다. 베드신은 자신의 연기 활동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 <배우는 배우다>는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준의 주요 팬 연령층인 10대는 정작 이 영화를 볼 수 없게 됐다.
아이돌 스타들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근엔 아이돌의 스캔들 역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다는 측면이 있다. 걸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의 관계자는 “아이돌의 나이는 대부분 20대 초반인데,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클 때 아니겠느냐”며 “심각한 스캔들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적당히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라면 솔직히 큰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