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김 아무개 씨(27)도 개인정보 유출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당시 예비신부였던 여자친구가 심심풀이로 김 씨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다 의외의 결과물을 본 것. 이름이 흔해 평소 개인정보 유출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김 씨지만 그도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내 이름과 자주 사용하는 아이디를 검색했더니 별별 내용이 다 나왔다. 여자친구 몰래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까지 검색되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나이트클럽에 다녀온 후기나 여자친구와 다툰 후 쓴 글까지 고스란히 노출됐다. 알고 보니 인터넷 카페에 글을 쓸 땐 검색 허용을 하지 않는다는 표시에 체크를 해야 하더라”며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에 올린 후기도 검색되더라.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내가 무엇을 사고 어디에 갔으며 누구와 대화하는지 알 수 있어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개인정보 유출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명 스튜디오에서 아들 돌 사진을 촬영한 이 아무개 씨(여·30)는 며칠 전 끔찍한 전화를 받았다. 이 씨는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되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돼 긴급수술이 필요하다며 돈을 보내라는 전화였다. 전송된 사진 속 남자가 남편이 아니냐며 보채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을 보니 진짜 남편이 맞았다. 그런데 때마침 집 전화로 남편의 전화가 왔고 사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진을 차근히 살펴보던 이 씨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작업복을 입고 있는 남편의 얼굴이 아들의 돌 사진 속 모습과 똑같았던 것. 이 씨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내 이름을 검색해봤다. 가장 상단에 우리 가족사진이 뜨더라. 사진을 촬영한 스튜디오에서 보기 편하게 인터넷 카페에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만천하에 공개될 줄은 몰랐다. 거기엔 우리 부부의 이름, 아기 이름, 전화번호, 주소까지 다 나와 있어 충격을 받았다. 당장 업체에 전화해 기록을 삭제했지만 이미 개인정보는 다 빠져나간 뒤였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온라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안심할 순 없다. 이메일과 정보수집용 검색만을 사용하는 박 아무개 씨(53)의 이름을 검색하자 난데없이 주소록이 등장했다. 출처도 표기되지 않은 엑셀 파일이었는데 클릭 몇 번으로 간단하게 다운을 받을 수 있었다. 파일의 실체는 초등학교 동창회 주소록이었는데 거기엔 박 씨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개인정보가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졸업연도, 직장명까지 기재돼 있었는데 이를 통해 2차 정보유출도 우려될 정도였다.
문제는 정보유출을 확인하고도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한 전직 인터넷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정보가 유출된 사이트에 삭제요청을 하는 것보다 피해자 본인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빠르다. 인터넷 카페 사이트에 올린 게 문제가 됐다면 그 글을 찾아 삭제하는 식이다. 글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에는 포털 사이트에 삭제요청을 해야 하는데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이트는 삭제처리만도 수개월이 걸린다”며 “게다가 한 번 정보가 유출되면 뿌리 뽑기가 어렵다. 본래 글을 삭제하더라도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사이트에서는 검색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개인정보 관리에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