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 회장 | ||
검찰은 지난 24일 삼성그룹의 주력기업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기’ 수원공장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의 자택에 대해서도 수색을 벌였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동양전자공업’에 대해서도 함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삼성전기와 동양전자공업이 물품거래를 하면서 실적을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압수수색’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넓은 의미의 비자금 관련 단서가 포착돼 삼성전기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가 삼성의 비자금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문 기획관은 “아직까지 비자금이 정치권에 대선자금으로 건네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 단서는 포착됐지만, 정치권 유입부분은 아직 확인단계에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삼성계열사 가운데 삼성전기와 부품납품업체인 동양전자공업이 압수수색을 당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민주당에 대선자금을 제공했던 삼성계열사들이 수사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대선 당시 ‘삼성벤처투자’ ‘블루텍’ ‘크레듀’ ‘토로스물류’ 등 일반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계열사를 동원, 민주당에 각각 2억원에서 1억원씩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는 삼성이 계열사 또는 하청업체를 통해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추가로 제공했을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SK 대선자금 수사 이후, 대기업 전반에 걸쳐 수사를 확대할 뜻을 지난 10월 말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LG, 현대차 등의 고위 임원급 인사들이 출국금지됐고, 몇몇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이 단행되기도 했다.
그동안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유독 ‘삼성’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른 대기업을 수사하는 동안에도 ‘삼성’과 관련된 단서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내사를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에 대한 검찰의 내사는 주력회사들이 아니라 주로 삼성 방계 계열사들이었다는 게 검찰의 전언이다. 외부에 공개된 기업의 경우 비자금 조성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삼성전기’의 경우 매출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이지만, ‘동양전자공업’은 전선 및 에나멜동선의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코스모링크가 지난 98년 100%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 매출액도 5백억원대에 불과한 중소회사다.
두 회사가 거래를 통해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셈이다. 그러나 ‘동양전자공업’이 모기업 코스모링크가 전액 자본금을 출자한 회사라는 점과, 코스모링크가 중국 북경에 현지지점을 설립했는가 하면, 태국에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삼성과 연계된 비자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란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재계 1위 ‘삼성’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기 때문에 조만간 검찰의 수사 칼끝이 멈춰서거나 방향을 틀지 모른다는 관측도 대두돼 주목된다.
재계 2위 LG를 압수수색한 검찰이 재계 1위 삼성을 봐준다는 세간의 의구심을 떨치기 위해 삼성에 대해 구색맞추기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