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알코올, 마약, 도박중독과 함께 게임중독을 ‘4대악’에 포함시키자 게임업계와 젊은 세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올 4월 신의진 의원은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이른바 ‘신의진법’이다. 술, 마약, 도박, 그리고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이를 예방·치료하는 범정부적 통합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신의진법은 지난 9월 새누리당이 국회 126개 중점 논의 법안에 포함시키면서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뜻이 반영된 만큼 업계의 단순 반발에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때문에 공청회 역시 법안 통과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경희 정신간호사회장과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가 법안 찬성 입장이었다. 한 토론 참석자가 “지금 근거 자료는 인터넷 중독 통계인데 결론이 게임중독 통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한 고교생은 “정신과 의사들이 게임에 관한 경험이라곤 중독자들 치료밖에 없어서 게임의 긍정적 영향을 모르는 게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토론회 초반 PC방 업주가 법안 반대를 외치며 난입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의진 의원은 “대립되는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겠다”면서도 “이 법은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행복을 위한 법”이라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올 1월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예방에 관한 법률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른바 ‘손인춘법’이다. △셧다운제(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 적용 시간 및 연령 확대 △각 게임사 매출 1%를 여성가족부 장관이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징수 △국내 출시 게임의 중독유발지수 측정을 통한 게임의 배급 및 유통 규제가 골자다. 설상가상 지난 6월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 업체는 매출액의 5% 범위에서 ‘콘텐츠상생기금’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게임회사 매출 6%(손인춘법 1%+박성호법 5% 합산)를 강제 징수하려고 한다”는 식의 주장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해당 법안들은 여야 합의 과정을 통해 일부 조정되거나 대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에서는 게임업계의 반발을 단순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손인춘 의원 측은 “우리가 발의한 법이 게임산업을 죽여야겠다는 취지가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매출 1%를 징수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게임중독으로 피해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게임업계 측에서도 덮고 갈 것이 아니라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책임을 나눠서 장기적으로 게임산업을 좀 더 밝은 쪽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여당 안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IDEA(옛 게임산업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앞서 인터넷 게임을 규제했던 중국도 5년 만에 자율 규제로 돌아섰다”며 “정부 규제보다는 업계와 가정이 스스로 게임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자율 규제로 돌아서야 한다”고 전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은 전체 문화 콘텐츠 수출 60%를 차지하는 한류의 첨병”이라며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와 진흥이 함께하는 모순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제언키도 했다.
올 11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게임개발자연대 측은 “손인춘 의원은 실질적인 게임 규제를, 신의진 의원은 게임중독 예방을, 박성호 의원은 콘텐츠산업 발전을 법안 취지로 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게임 규제와 심의 강화, 그리고 업체들의 매출 일부로 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일치된다”며 “까놓고 말해 게임업계가 잘나가니까 돈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음악산업은 한류라며 치켜세우면서 그 수십 배를 벌어들이는 게임을 규제한다는 게 창조경제인가”라고 반문했다.
2010년 기준 국내 엔터테인먼트 수출 규모 가운데 게임은 16억 달러, K-POP 등 음악산업은 80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 원을 넘을 만큼 거대한 탓에 게입업계가 다른 문화산업을 우회적으로 지원키 위한 ‘총알받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상상콘텐츠기금이나 콘텐츠공제조합 모두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임에도 정부가 출연금을 내지 않아 운영이 어려워지게 됐다”며 “어렵다고 해서 사업을 누락하거나 민간 기업에게 전가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는 지난 10월 29일 트위터를 통해 “마약 딜러 같은 취급을 받느니 이참에 회사를 국외로 다 옮기고 주요 임원은 싱가포르 같은 곳으로 다 이민가라”고 격분했다. 앞서 게임개발자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청소년보호법이 어떻게 만화 시장을 죽였는지 충분히 보아오지 않았나. 잘못된 법 하나가 업계 전체를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