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노 당선자는 지난 2001년 부산상고 동문회 차원의 ‘로버트 김 돕기 성금 모금 운동’을 제안한 당사자이다. 또한 노 당선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인 지난해 중반 다른 경로를 통해 직접 로버트 김 석방운동을 주도하던 부산상고 동문회에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김의 모교는 경기고. 그런데도 부산상고에서 그를 돕기 위해 나선 이유는 로버트 김의 부친인 김상영옹 때문이다. 김옹은 부산상고 20회 졸업생으로, 노 당선자의 33년 선배. 까마득한 선배이지만 평소 노 당선자는 김옹을 존경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옹은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낼 정도로 국내 금융계의 거물급 인사였다. 그는 부산상고 졸업 후 한국은행의 전신인 조선은행에 입사하면서 당시 백두진, 장기영씨 등과 함께 이른바 ‘한국은행 트리오’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50∼60년대 부산상고 출신들이 은행권을 장악할 당시 ‘맏형’격이었다.
▲ 이재정 의원(왼쪽), 유재건 의원 | ||
김옹의 3남이자 로버트 김의 둘째 동생인 김성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장 역시 지난 15대 총선때 전남 여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 원장은 “아버님의 부산상고 동문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고 전한다. 실제 김옹은 부산상고 재경동창회장을 맡으면서 후배들을 각별히 챙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후배’ 노무현을 알게 된 것도 이때부터. 노 당선자 또한 총동문회 부회장을 맡으며 모든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할 만큼 동문회 일에 열성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로버트 김 사건이 한미관계의 미묘한 문제 때문에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지난 2001년, 부산상고 동문회에서 직접 나서 로버트 김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한 것도 김옹의 장남이라는 인연 때문이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성금 모금을 제안한 이가 바로 노 당선자였던 것. 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노 당선자가 따로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비단 노 당선자뿐만 아니라, 그의 최측근 참모들 또한 누구보다 로버트 김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이재정 ‘로버트 김 석방위원회’ 위원장과 유재건 ‘로버트 김 구명위원회’ 위원장 등이 바로 그들.
이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노 후보 유세위원장을, 유 위원장은 특보단장을 각각 맡았다. 국민개혁정당 김원웅 대표 또한 당시 로버트 김 조기 석방을 위한 국회결의안을 직접 기안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최근 로버트 김의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 관계자들은 애써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옹이 90세에 가까운 노환으로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인간적인 호소를 하고 있다.
15대 국회에서 노 당선자와 의정활동을 함께 한 김성곤 전 의원은 “형님의 탄원서가 당선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했다.
주변에서는 “노 당선자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3월경에 맞춰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이 이뤄진다면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등으로 껄끄러워진 한미관계의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희망 섞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