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2시께 서울고법 404호 법정에서 기자와 만난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두 달 전 전격적인 ‘정계은퇴 선언’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온 강 의원은 이날 안기부(현 국정원) 자금을 15대 총선자금으로 유용한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항소심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는 현재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국회 회기 중에 의원직을 사퇴하려면 본회의에서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목과 관련해 정가 일각에선 한나라당과 강 의원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 때문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측은 강 의원이 다시 정계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기자에게 “(정계 은퇴 선언 이후) 최병렬 대표로부터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정가에선 최 대표가 강 의원에게 정계 복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강 의원 입장에서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현재는 불구속상태로 2심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사퇴서가 수리돼 국회의원 신분이 소멸될 경우 구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강 의원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다 해도 정계 은퇴 의지가 워낙 강해 정가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강 의원은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데 최대한 주력해 20여 년의 공직 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하고 싶다”며 “설사 무죄를 선고받는다 해도 정치에 복귀할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소리 소문 없이 남을 도우며 ‘자연인’으로 조용히 살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강 의원은 아직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매달 꼬박꼬박 세비(歲費)를 받고 있다. 그는 “세비는 내 통장으로 입금되고 있는데, 두 달 동안 나온 세비를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나오는 세비까지 모두 모아서 사회자선단체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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