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로또 슬립. | ||
이를 반영하듯 각 직장과 가정, 거리 곳곳 어디를 가도 온통 ‘로또’ 얘기가 만발이다. 시중에는 ‘로또복권을 모르면 대화에 낄 수도 없다’는 말까지 오간다. 직장에서는 ‘로또계’에 이어 ‘로또 스터디그룹’까지 생겨나고 있다.
눈에 띄는 번호마다 수시로 메모해서 6개의 숫자를 조합하려는 사람들도 자주 목격된다. 로또복권이 국내에서 처음 판매된 것은 지난해 12월2일(1회 당첨자 추첨은 지난해 12월7일). 이 복권은 국내에 선보인 지 2개월 만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복권은 최근엔 열풍을 넘어 열풍으로 변하면서 사회 문제로 등장할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사행심 조장’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로또가 갖는 매력은 단연 엄청난 상금 액수다. 3주 연속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은 지난 설 연휴 이후 축적된 1등 당첨금은 최대 7백억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당첨과 함께 ‘인생대 역전’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셈이다.
로또의 엄청난 위력 속에 기존의 추첨식 복권과 즉석식 복권은 기를 못 펴고 있다. 회사원 김아무개씨(34)는 “매주 60억원에서 1백80억원, 4백억원 하는 식으로 뛰어오르니 기존 복권들의 1등 당첨금 5억원은 마치 푼돈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밝혔다.
로또의 또다른 매력은 구매자가 스스로 번호를 선택한다는 능동성에 있다. 따라서 당첨 확률이 높은 번호를 선택하는 방법 찾기는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좋아하는 번호로 조합을 만들어주는 서비스, 당첨 번호 통계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주는 인터넷 전문 사이트까지 등장할 정도.
판매점이 드문 시골이나 도서 산간 벽지 주민들을 상대로 복권 구매대행 서비스를 실시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직장 풍속도 역시 ‘로또식’으로 바뀌고 있다. 직장 동료 서너 명씩 모여서 ‘로또계’를 결성하는가 하면, 각종 정보 자료들을 토대로 ‘로또 스터디그룹’을 만들기도 한다. 로또계의 법칙은 공동 구매와 공동 분배에 있다.
이들은 사뭇 진지하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확률이 높은 번호를 의논한다. 사무실 내 모든 회의실과 휴게실은 로또 번호를 상의하는 직장인들로 점령 되다시피 할 정도.
통계자료나 비법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소신만으로 ‘대박’을 노리는 ‘개인파’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아예 OMR 카드용지를 한 뭉치씩 가져다 놓고 좋은 번호가 떠오를 때마다 수시로 기표하는 경우가 많다. OMR 용지는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
▲ 로또 바람은 열풍을 넘어 ‘광풍’이 돼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은 로또를 사기 위해 판매점을 찾은 시민들. | ||
꿈풀이 화제도 만발이다. 직장동료, 친구들과 간밤의 꿈이 길몽인지 아닌지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는 풍경도 자주 눈에 띈다. 지난 6주째 추첨에서 65억원의 대박을 차지한 1등 당첨자가 ‘물이 넘치는 꿈을 꿨다’고 공개한 뒤 이른바 ‘물꿈’이 최고의 길몽으로 대접받고 있다.
물꿈은 ‘로또몽’으로 불리기도 한다. 로또 열풍으로 인한 신조어는 또 있다. 로또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만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웹서핑족을 가리켜 ‘로티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로또’와 ‘네티즌’의 합성어이다.
로또복권 배우기 열풍도 일어나고 있다. 추첨에 임하는 방법과 번호를 선택하는 기본 상식, 그리고 상금 배분 방식 등 이른바 ‘로또 지식’을 알지 못하면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왕따를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로또복권으로 대박을 차지하는 확률은 사실상 꿈에 가깝다. 1부터 45까지 총 45개의 숫자 가운데 6개의 번호를 맞힐 확률은 정확히 8백14만5천60분의 1. 백분율로 계산하면 약 0.00001%에 해당한다. 1년 사이에 벼락을 맞을 확률(50만분의 1)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누적 당첨금이 최대 7백억원으로 추정되면서 ‘싹쓸이 전법’이 급속도로 회자되고 있다. 8백14만5천60가지에 해당하는 모든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복권을 다 구입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로또복권 한 게임당 2천원씩이기 때문에 모두 다 구입하더라도 1백63억원이면 된다. 당첨금을 밑도는 셈이다.
물론 이는 이론적인 확률에 불과하다. 일반인이 한꺼번에 1백63억원어치의 복권을 산다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한 주 안에 8백14만 개 이상의 복권에 일일히 표기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최대 7백억원에 당첨된다면 세금을 제외한 실 수령액은 얼마가 될까. 소득세 20%와 주민세 2%에 해당하는 1백54억원을 제외하면 최대 5백80억원 정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