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태 | ||
당시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그는 “나는 포르노 중독자다. 너희들도 그렇잖아!”라며 항변하다가 음화전시판매 등의 혐의로 벌금 2백만원을 선고받았다. 그 후 한동안 침묵하던 그가 새 작품을 들고 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치열한 전투를 벌인 탓인지 컴백한 그의 모습은 초췌했다.
그의 작품에선 예전과는 다른 ‘건전한 냄새’가 물씬 풍겼다. 패배의 쓴맛 때문일까. “대법원에서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땐 정말 ‘끝’까지 가려고 마음먹었다. 인간의 마지막 욕망, 마지막 금기라는 롤리타(아동 포르노)를 그리려 했다.”
그의 이런 전투욕은 주변의 만류로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한 박자 쉬어가는” 전시회를 준비했단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1987부터 빨간앵두까지>(2월13일부터 쌈지스페이스). 민중미술에서 ‘여고생’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작품사를 파노라마식으로 꾸몄다.
▲ 여고생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최경태씨의2002년 작품 ‘안녕하쇼?’. | ||
자본주의 매커니즘의 극단적 모습이라고나 할까.” ‘빨간앵두’들은 그러나 제목에 걸맞지 않게 ‘정숙’하고 냉소적이다. 앞가슴을 풀어헤쳐 속옷을 내보이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담배를 꼬나물고 관객을 응시하는 모습들….
이번엔 ‘쉬어간다’고 했으니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궁금하다. “‘하드’한 건 안된다고 하니 한 70%는 청바지를 입은 모습, 비굴하게 소프트한 작품을, 30%는 내가 머물고 있는 시골동네의 풍경을 그리려고 한다.” 서슬 퍼런 사법부의 심판엔 그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일까.
하긴 아직까지 벌금 2백만원(납부기한 2월14일)을 마련하지 못했다니. 하지만 그의 입은 아직 ‘전투중’이다. “그 수많은 포르노 사이트는 다 어떻게 할 건지 묻고 싶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