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몽정기>에서도 여성의 속옷을 보며 흥분하는 사춘기 소년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페티시의 천국은 일본. 일본에서는 이미 여고생을 포함한 여성들이 입던 속옷을 밀봉 포장해 남성들에게 판매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고 있다.
그런데 페티시 문화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이 같은 ‘속옷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각종 성인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3exXXX’. 이곳은 이른바 ‘섹티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이트로 3천원만 내면 유료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일단, 이 모임에 참가한 남성회원들은 특정 여성회원에게 인터넷 쇼핑몰에서 속옷을 골라서 자신이 선택한 여성에게 우송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성회원은 속옷 이외에 화장품 액세서리 등의 선물을 여성에게 함께 보내는 것이 철칙. 선물용품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함께 구입할 수 있다.
우송은 철저하게 회원의 비밀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여성회원은 우체국 사서함이나 가까운 편의점 택배서비스를 통해 속옷을 받게 된다. 우체국 사서함은 사이트 차원에서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속옷을 받은 여성은 그 속옷을 입다가 며칠 뒤 반송봉투를 통해 다시 남성에게 반송하게 된다. 남성회원도 정보보호를 위해 자신의 집이 아닌, 우체국 사서함을 통해 받은 경우가 대부분. 남성은 여성의 체취가 묻은 속옷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고, 여성은 자신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다양한 속옷을 마음껏 입어보는 것은 물론 선물도 받을 수 있어 그야말로‘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 셈.
현재 남성이 골라서 보낸 속옷을 입다가 다시 보내주는 데 동의한 여성회원은 20명을 넘어섰다. 대부분 20~30대의 여대생 및 직장인. 여성 회원들은 커뮤니티에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해 ‘남성 페티시 마니아’들이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즉, 브랜드 스타일 사이즈 컬러 등 속옷과 관련된 정보를 명시한다.
현재 남성이 보낸 속옷을 입은 뒤 반송하겠다며 회원으로 등록한 여성 가운데는 속옷을 착용한 사진을 찍어 반송시 동봉하겠다는 여성까지 나타났다. 남성이 이 커뮤니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회비를 내야 하는데 3개월(1만원), 1년(3만원), 평생(5만원) 등의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도 여성 회원은 역시 무료로 참여를 유도한다.
실제로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해서는 최소 2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게 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이 같은 모임이 음성적으로 탄생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한 여성이 자신이 입던 속옷을 회원들에게 무상으로 보내 준 것에서 비롯됐다.
‘왕언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 여성은 자신이 입던 속옷을 이 사이트의 남성회원들에게 나눠주면서 자신의 팬클럽까지 생기는 등 화제를 모았던 것. 여기에 몇 명의 여성이 동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과 여성이 직접 만나야하는 전달방법상의 문제, 속옷가격의 부담 등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쳤다고. 이런 정보를 간파한 사이트 운영자가 결국 나서게 된 것이다.
이같은 커뮤니티 결성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남성 네티즌은 “페티시즘 성향을 죄악시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도 좀 심하다. 또 속옷가격이 20만원대에 이르는 등 상술 이용 목적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성문화평론가 이명구씨(35)는 “아직 우리사회는 페티시스트들을 변태로 취급하지만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각각의 기호품이 다른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개인의 성적 취향일 뿐이며 페티시즘도 섹스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안순모 프리랜서 ero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