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는 한마디로 법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누리는 특혜를 말한다. 판검사로 재직한 뒤 전관예우로 대형로펌에 영입된 법조인들은 자문료 명목 등으로 매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조계 주변에서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에서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현 정부 첫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황교안 법무장관은 지난 2월28일 진행된 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으로 야당 청문위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사진=황교안 법무부장관
황 장관은 2011년 부산고검장에서 퇴임한 뒤 같은 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근무하면서 16억원 상당의 고액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무법인 태평양 재직 시 15억 9000만원 정도를 급여로 지급받았는데 황 후보자 스스로 소위 ‘돈 되는 사건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도 전관예우 논란에 힙싸였다. 13일 진행된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지난 7∼9월까지 3개월 동안 법무법인 ‘인’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1억6284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주로 법률자문을 했고 개별적으로 사건을 수임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서는 또 다른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2012년 1월에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감경철 CTS기독교TV 회장의 수백억대 횡령 및 배임 사건에 전관예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검찰이 수백억대 횡령 배임 사건을 장장 10개월에 걸쳐 수사하고도 무혐의 처리한 배경에는 전관예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CTS 측이 대검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의원은 CTS 비리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차후 서면으로 질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도 정·관·법조계 전관 40여명을 영입한 사실이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공시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주식회사 동양을 비롯해 동양시멘트와 동양증권 등 9개 계열사에 확인된 정관법조계 인사만 41명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차관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던 한부환 변호사(주식회사 동양의 감사위원)가 영입됐고, 고등법원장과 검찰 지청장 출신들이 계열사의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강 의원은 “정권 측근 인사들과 금융 감독당국, 법조계 출신 인사들을 임원과 사외이사, 고문으로 배치해 로비의 통로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법조계 주변에서 ‘전관예우’가 독버섯처럼 기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병폐가 근절될 희망이 보이지 않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8%는 전관예우 관행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전관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2.7%는 음성적이고 변형된 형태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점차 없어질 것’으로 답한 응답자는 6.4%에 불과했다. ‘현재 법조계에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90.7%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제출받은 ‘퇴직 검사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퇴직 검사 10명 중 7명은 로펌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명은 검찰을 떠난 지 1개월 안에 로펌 소속이 됐다. 로펌별로는 김앤장(14명), 화우(8명), 광장(7명) 등의 순이었다. 자료를 분석한 정 의원은 “법조계에 전관예우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정치팀]